<은평시민신문 협동조합을 출발하며>'

영과후진(盈科後進)을 생각했습니다. ‘물은 웅덩이를 빗겨가지 않는다’는 맹자 선생의 말씀입니다. 신문을 창간하고 10년 그 안에 담겨진 수많은 역사들은 욕망의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웅덩이를 하나씩 메꾸어 가며 새로운 날을 찾기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다는 거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기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향이 큰 기사들이 나오는 만큼 지역 언론으로서의 자부심도 쌓여 갔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자(후원자)가 늘 때마다 더 큰소리로 웃으며 잔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새날을 꿈꾸는 시민들의 삶터 은평의 가장 신뢰할만한 매체로 자리매김을 하였지요. 가끔 이사회를 마친 뒤풀이 자리에선 농담처럼 말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웅덩이는 얼추 메꾼 듯하니 새로운 길 찾아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은평시민신문 10년 그 말이 전해주는 무게감을 벗 삼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다 보니 벌써 ‘협동조합’이라는 새 말이 우리 신문 앞에 붙게 됐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한 시대 10년을 주식회사로 꾸렸다면 이제부터 맞는 새로운 10년은 협동조합의 시대가 된 거지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중앙 언론에 절대 나올 일이 없습니다. 글쎄요. 조상 잘 모시겠다고 벌초 갔다가 벌이라도 왕창 쏘이거나 명절 귀성길에 정체로 짜증나는 도로위에서 방송국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주말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되거나 한다면 모를까. 삶의 감동은 이 땅을 사는 서민들의 몫입니다. 언론은 그런 서민들의 삶을 진실 되게 전달하는 매체이고 그것이 의무입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언론은 대개 주인 행세를 하며 위세 부리는 존재였습니다. 우리 신문은 달라야지라고 시작한 신문 ‘협동조합 은평시민신문’ 이라는 건 이런 거 아닐까요. 지역에서 견제 받아야할 권력이 있다면 당연히 감시하고 살가운 이웃의 나눔이 있는 곳에는 싱그러운 웃음으로 더 많이 손 내밀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칭찬하고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시대의 요구에 더 많이 응답하는 신문. 그래서 우리 은평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는 일.

다시 ‘영과후진’이란 말을 떠올립니다. 아직 웅덩이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영영 웅덩이만 채우다가말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신문이 감당해야 할 몫이 그것이라면. 10년의 시간을 살았던 경험으로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손바닥에 이 글씨를 새겨 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협동조합 은평시민신문’. 무척 기대가 되는 새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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