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친정 엄마께서 하시던 일을 접고 우리와 함께 있어 주기로 하셨죠. 하루 온종일 아이를 안고 지내는 저에겐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내기도 힘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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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픈 밤을 지새우며 오늘을 살아내는 것도 살아지는 것도 아닌 그냥 심장이 뛰니 살고 있나 보다 하는 저와 아이의 모습이 느껴지자 부정하고 버리고 싶던 아토피를 인정하고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우리는 살아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다행히도 경제를 책임지는 아이의 아빠가 있었고 제가 우울해해도 아기를 보며 웃고 있는 큰아이가 있었고 아픈 아이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일상을 나누는 엄마가 계셨고 맑은 자연 속에 묻어 사는 친구를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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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생활을 해보고 싶었던 저인지라 홀몸이라면 계산할 것도 없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니 이래저래 망설여지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 아픈 사람은 참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도시생활은 떠나기 충분했습니다. 대자연에서 저와 자연에 가까운 우리 아이들이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 아빠와 주말 가족이 된다 해도 우리 가족의 고유한 결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불광동을 떠나 무릉리로 향했습니다. 저와 5살 큰아이 7개월 된 둘째아이 그리고 우리 엄마. 산 생활이 걱정되셨던 엄마는 보름 정도 적응 기간 동안 도와주시겠다고 함께하셨어요.
먼 길을 가야 해서 야간도주 하다시피 짐을 싣고 기약 없이 가족들과 인사하고 새 생활이 시작될 정선으로 떠났어요.
아이가 좋아지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눈물 가득 고인 뿌연 눈으로 아이들과 엄마를 보며 야경을 지나 컴컴하고 꼬불꼬불 긴 도로를 지나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도착한 곳은 제 몸에 붙은 발도 안보이고 고개를 들면 눈앞에 별들만 쏟아지는 코가 뻥 뚫리는 곳이었습니다.
경이로운 순간이었음에도 우리에게 감상할 시간은 아주 짧았습니다. 준비된 아궁이 방에 몸을 누이고 싶었지만 역시나 아이를 안고 촛불 아래서 첫 밤을 보냈습니다.
잠들기 전 엄마의 한숨 섞인 소리가 들립니다. 큰아이 옆에 몸을 누이시며 “아이구......넌 어떻게 어떻게 이런 데 올 생각을 했냐 아이구......” 저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고개를 숙였던 기억이 나네요.
김지혜씨는 5살 16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며 불광동에 살고 있어요.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둘째 아이와 지냈던 시간들을 존경했던 선생님께 띄우는 편지글 형식으로 독자들과 나누려고 해요. "고통이 우리를 연결해 주는 느낌"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