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홀씨야 우리가 지켜줄게~ ' 아이들에게 말을 걸다3

우찌니가 광주로 전학을 갔단다. 이유는 금품갈취. 얼마의 규모이기에 전학을 가? 아이들은 “좀 많아요.”라는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녕이도 전학을 가야한단다. 8월말 개학이 되기 전에 아빠가 살고 있는 원주로 가기로 했단다. 같은 이유지만 같은 사건은 아니란다.

그녕이 역시 눈도 맞춰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얼굴을 들지 않고 말없이 앉아있는 모습에 ‘참 착하게 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아이다. 지난주부터 영화기획자 송승민 샘과 진행한 ‘사진으로 이야기 만들어보기’ ‘이야기 이어보기’ 등의 영상물 주제 만들기 활동에 유일하게 자기 내용을 갖고 있던 아이다. 그런 그녕이가 전학을 가야한다니......
 

▲ 아이들이 친숙한 동네를 찍고 이야기 만들기 활동을 한 사진이다.  

이른바 '강전'(강제 전학)이다. 이때 처음 들어 본 단어이지만 이후 나에게 매우 친숙해졌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강전당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로 이루어지고 있는 강전. 폭력 금품갈취 나아가 무단결석 등에 대한 징계로 전학을 강요받고 있는데 전학의 교육적 의미는 무얼까? 처벌과 격리......
 
올봄 ㅇ고에서 이루어진 7명의 학생들에게 가해진 강전을 보면서 학교는 너무나 쉽게 강전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징계에는 반드시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행동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행동의 배경과 과정을 보듬고 똑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피해자 교육도 있어야 한다. 이번 ㅇ고에서도 피해자 가해자 교육을 진행하고 집단프로그램을 통해 재발방지교육이 선행된 후 징계가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다른 학교에 가서도 적응하며(나름 반성도 하고) 지낼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이루어진 강전은 반성보다는 또 다른 분노를 안겨줄 수 있다.
 

▲ 아이들이 동네를 찍고 있다.   

또한 10대에겐 부모 형제보다 더 중요한 친구들과의 분리라는 징계는 너무나 가혹하다. 결국 자기세계에서 분리된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중단한 채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ㅇ고에서 강전된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처음엔 여러 가지 계획을 잡아보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강전이 결국 교육을 포기한 채 아이들을 학교에서 내쫓는 거라면 이 아이들 교육은 누가 할 것이며 그 사회적 비용은 누가 치를 것인가? 아이들을 학교에서 품어야 한다. 강전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전에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정말 제대로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그녕이가 전학 가버리면 진이는 아빠한테 맞았다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가출을 했고 수진이는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하고 재희는 남자친구와 만나면서 오지 않았고  준이는 학원 때문에 올 수 없는 상황인데 이 모임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 같았다.
 

▲ 1년전인데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앳되다.     ©

9월 삼겹살 파티를 하고 영화에 관련된 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런데 서켠이가 9월 삼겹살파티를 하고 나면 그녕이는 올 수 없다며 그녕이와의 헤어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자 내 맘이 짠하다. 삼겹살을 따로 사주고 책 선물도 준비했다. 전학 가는 것을 늦게 알게 된 담임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전학이 취소되었다. 강전에 관해 담임 샘의 결정이 제일 중요하단다. 이런 담임 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행이다. 그녕이가 전학가지 않고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녕이가 우리 모임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녕이의 변화가 제일 크다. 김미영 샘과 함께한 10주 영어공부도 제일 열심히 했고 영어공부 후 “공부가 재미있어요.”라는 표현도 하는가 하면 “이젠 수업시간에 자지 않아요.” 한다.

난 그녕이가 “선생님~” 하고 큰 소리로 부르면 가슴이 떨린다. 비록 형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눈을 찡그리는 틱증상도 보이고 어른과 눈은 잘 맞추지 못하지만 때로 화를 내며 눈을 부릅뜰 땐 ‘아 정말 무섭다.’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아이 고00에게 힘없이 맞은 게 후회되고 친구들에게 돈 뜯은 게 후회된다는 아이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가고 싶단다.

가방엔 여자 친구가 보낸 편지와 실내화밖에 없는 아이가 3학년 1학기 기말시험 평균이 30점이 상승했다 “샘 전체등수 70등 올랐어요.” 밤 11시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전화한다. 기특하다. 요즘은 가정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분명 그 아이는 변화의 힘을 갖고 있다.

*이미경 (꿈나무도서관 실장)은 2000년 꿈나무도서관 설치를 제안하고 지금까지 자원봉사로 도서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2009년부터는 도서관 봉사자들과 공동체 창업으로 갈현동에 카페‘마을’을 운영하며 사람 사는 소리를 즐기는 여성이다. 3명의 아이들 엄마인 것도 부족해 30명의 청소년 동아리(작공팸과 마패)를 꾸리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청소년 동아리와의 만남을 매월 한 편씩 써나가고자 한다. 아주 색다른 그래서 힘들지만 행복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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