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30분마다 우루루 몰려 나간다.
왜 나가니? ‘구름빵 만들러요’
구름빵? 잘 만들어. 불조심하고.
‘구름빵이 뭔지 아세요?’
나도 젊었을 때가 있었거든.

구름을 만들고 도너츠 만들며 서로 묘기 자랑하던 시절 우리도 그런 시절을 보냈다.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난 언제나 어른이었는 줄 아나 보지. 하긴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는 줄 알았다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도 거쳐 온 세월이 있다는 것이 이 아이들에겐 신기한 모양이다. 우리 막내 정후 역시 아빠의 흰머리를 보며  “내가 아빠를 처음 봤을 때부터 머리가 하옜어 난 멋 부리는 줄 알았는데” 한다. 한참을 웃다가 아빠의 검은 머리를 보지 못한 건 막내의 서글픔 아닐까? 하는 맘이 들어 우리 정후가  짠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부모의 젊었을 때를 보지 못했으니 자기들과 똑같은 질풍노도의 청춘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이해 못할 수 있지만 어른들 역시 자신들이 지금의 청소년들과 똑같은 세상 세상 모든 것이 불만이고 뇌와 몸이 따로 노는 사춘기를 보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지금의 어른들을 보면 물론 나를 포함해서 전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정말 임정자 작가의 ‘꽁꽁별에서 온 엄마’ 동화에서처럼  다른 별에서 오는 과정에서 과거를 잊어버렸나? 이 아이들의 만남은 잊어버렸던 잃어버렸던 나의 사춘기와 만나게 해주었다. 나의 10대를 기억해내는 것을 통해 난 아이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의 나까지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두 번째 만나기로 한  7월 29일 옥수수를 삶고 주먹밥을 만들어 기다렸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유진이에게 전화했더니 ‘전 못 가고요 남자아이들은 갈 거예요’ 한다.
서켠이에게 전화했더니 ‘전 어제 밤새서 못 가고요 양구는 갈 거예요’ 한다.
그러나 2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안 되나 보다 아이들이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더니 안 되는구나 했다.
그러나 마지막 확인 문자에 서켠이 ‘다음엔 갈께요’ 한다.
그럼 한번만 더 약속을 잡아보자 하는 맘에서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만날 땐 영화를 보자. 아이들은 해운대를 보잔다.

세 번째 만남은 불광 cgv에서 가졌다. 8월 5일 아이들의 어수선한 영화 관람 후 도서관 옆 식당 죽향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데 서켠인 돼지 불고기에 2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이들이 다 먹어가는데도 우찌니가 들어오지 않는다. 작공(도서관 옆 작은 공원)에서 형들을 만나  같이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형과 같이 와서는 같이 먹으면 안 되냐고 묻는다.


팔에 문신이 있는 형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같이 먹을 수 없으면 자기도 먹지 않겠단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형 그러나 아이들과 섞을 수가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먹자. 지금은 안 되겠어 계획에 없었던 일이니깐.
우찌닌 첫날에도 두번째 만난 날도 고개를 들어 날 보지 않았다.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가 없었다.
너만이라도 와서 먹고 가면 안 되겠니?
말없이 들어와 후다닥 먹고 가버린다.
뭐야? 저 자식은…….
선배와 연결되어 있구나 그럼 조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 날이다.
그 선배인 영우는 얼마 전  작공에서 만났다.
그날을 기억한다며 나한테 묻는다
“왜 우리는 안 만나세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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