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결심의 순간은 무척 짧고 쿨하기만 하다. 그러나 올해는 뭔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 사람들이 여럿 함께 뭉쳤기 때문이다. 

모임으로 입맛을 바꾸다

증산동에 사는 정OO씨(39세 주부)는 옛날부터 고기 떡볶이 쥬스와 콜라를 좋아했다. 고기를 구워먹을 때도 혼자서 한 근 넘게 먹었다. 고지혈증 전 단계라는 말을 듣고 놀라 경각심을 가지게 되지만 혼자서 이렇다 할 실천이 뭔지 잘 몰랐다. 그러던 올해 여름 역촌동 초록길 도서관에서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이어트에 번번이 실패하는 여자들의 모임>! 솔직한 제목 때문인지 모인 사람들이 펼쳐 놓은 그동안의 사연은 눈물과 웃음 한숨과 연민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들이었다. 그렇다 ‘다이어트 결심’은 과거를 깨끗이 묻어버리고 매번 리셋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 노력해왔던 시간과 실패했던 이유를 잘 헤아리고 서로 공감 위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어 무영 살림의료생협 주치의는 <건강한 다이어트>의 원리 즉 먹는 것의 변화와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모임은 그렇게 결성됐다. 매주 한번씩 모여 건강 밥상을 나누어 먹자고. 

매주 금요일. 그런데 모이다보니 아뿔싸! 밥이 맛있어졌다. 많이 먹게 되고 고기 반찬이 오르고 더운 여름 함께 나려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는다. 이것은 모임의 폐해인가? 아니 단정하기엔 이르다. 돌아돌아도 제 길을 찾아가는 것이 모임이 가지는 힘이 또 아니던가. 여름의 끝무렵 살림의료생협 운동처방사가 참여하게 되고 1등에게 주기로 한 상금도 올려 모임을 재정비하였다. 그리고 6주. 모임원들은 모두 막판 스퍼트를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정OO씨는 앞으로도 단연 혼자 말고 함께하는 방법으로 하겠다고 했다. “여럿이 먹다 보니 야채가 맛있더라고요. 이제는 거의 야채 위주로 먹고 음료수는 아예 안 먹게 되어 가족들도 놀라요. 현미밥도 처음엔 헛헛했는데 가만히 느껴보면 배가 중간에도 안 고프고 든든해요. 모임을 오랫동안 같이 하니까 입맛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운동에 즐겁게 익숙해지다

정OO씨는 1위 상금으로 그 다음주부터 시작된 살림의료생협 3기 건강실천단에 등록했다. 3기 건강실천단은 대사증후군(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 등) 지표가 있는 30-50대 스무명 여성들이 모여 8주간 운동과 현미채식을 함께하는 모임. 정씨는 그동안 현미밥과 채식 식단을 해온지라 다른 모임원을 돕기도 했다. 우유 계란 생선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 갑자기 쉽지는 않기에 이왕이면 더 맛있게 새롭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 레시피를 개발해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운동이었다. 해본적 없는 운동들에 온 몸의 근육이 아우성치고 피곤이 몰려왔다. 사전측정에서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거의 한 개도 힘이 들었다. 

건강실천단 코치인 박은지 운동처방사는 “우리 몸이 안해본 운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운동 숙제를 일주일에 세가지씩 내주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모임이 열리는 역촌동 체육관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생활나눔 스트레칭 짝과 하는 체력운동 그리고 새로 배우는 근력운동들이 꼬박 두 시간동안 진행됐다. 그렇게 한 주 또 한 주. 뭔가 서서히 변화들이 일어났다. 이제 코치가 주문하는 운동의 횟수를 채우는데 다들 수월해지고 끝날 때는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김장을 한 멤버들은 어째 이번에는 몸살이 없고 힘이 거의 안들었다고 했다. 매일 만보 걷기 시간 때문에 사는게 훨씬 기분 좋고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소감도 흔해졌다. 그렇게 8주가 흐르고 드디어 사후체력측정. 정OO씨는 거의 하나도 하기 힘들었던 윗몸일으키기를 1분동안 23번 했다. 중성지방이 3-400이 넘던 멤버들은 수치를 100대로 떨어뜨리고 체지방은 7kg 줄고 근육량을 4kg 늘린 멤버가 최우수 단원으로 축하받았다. 

12월 8일 살림의료생협 송년회. 2부 첫 순서 건강실천단원들이 화려한 득근(得筋)체조로 장내는 환호와 열기로 가득찼다. 윗몸일으키키 팔굽혀펴기 버핏테스트 트위스트런 점핑잭 등 온갖 동작이 난무하는 체조를 선보이자 객석에선 몇 달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친구의 얼굴을 보느라 동작을 따라하느라 박수를 치느라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내년에 만들어갈 건강모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같이 모여 입맛을 꼭 바꿔야 할 사람들 갑상선처럼 자기 질환에 대해서 잘 알고 사는데 적절한 기운이 필요한 경우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할 어떤 그룹들... 각자 따로 살아왔던 힘든 역사를 따뜻하게 나누고 으샤으샤 함께 실천하고 부쩍 달라진 몸과 마음을 서로 알아봐주고 지속되게 지켜주는 건강모임. 2013년에는 당신도 꼭 참여하시길! 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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