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따다 떨어진’ 환자인지 구별할 정도가 되었지요. (몸 한구석에 반드시 낙엽을 붙이고 오십니다.)

그런데 어째서 하고 많은 과일 중에 ‘감’일까요! 가을 과실 중에 감이 좀 유난히 실하지 않습니까. 가지를 흔들어 떨구면 땅에 떨어지며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조심조심 가지를 잡고 올라가 또옥 따오려고 시도하셨던 분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감나무 가지가 절대 실하지 않다는 겁니다. (감나무로는 왜 튼튼한 가구를 못 만들겠느냔 말이죠.)

생각보다 서울엔 감나무가 많았나 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도심에서도 잘 자라니 감나무만한 과실수가 없어서 서울 구석구석에 심겨 있고 가을이 깊어가면서 빠알가니 익은 감도 유혹적이고요. 그런 고로 한쪽 볼에 감잎 낙엽을 붙이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한 달 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 있었는데 감 따다 생긴 낙상 사고 이게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2-3미터 높이에서 가지가 부러지면서 머리나 어깨부터 떨어지니 다발성 복합 골절에서부터 뇌출혈까지 보았습니다.

그 응급실 경험 때문인지 저는 가을이 되면 주변 분들에게 항상 캠페인을 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도 감 따지 맙시다!”

감을 따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말리고 볼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굳이 감을 따시겠다고 하면 감나무 가지는 절대 밟고 서지 않겠다는 원칙과 저 높은 데 있는 감은 까치 먹으라고 남기겠다는 자비가 꼭 필요하겠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는 늦가을이 되면 야외 활동 시 낙상 사고가 많아집니다. 기온이 낮아 근육이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야외 활동을 하기 전에 몸을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풀어 근육통부터 낙상까지 예방하는 것 다 아시죠?

추혜인 씨는 살림의료생협 주치의이며 현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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