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줘야지. 병원에 왔으니 근지러운 데 바르는 약을 줘야할 거 아니야!"
"할아버지 바르는 약은 안 발라도 돼요. 화장품 가게 들러서 보습로션 사시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몸에 바르세요."
"아이구 나는 몸에다 뭐 바르는 거 딱 질색이야. 그런 거 말고 약을 줘."
"간지러운 거 나아지게 먹는 약은 처방해드릴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바르는 약은 필요 없어요. 심하면 제가 약을 드리지요. 지금은 보습로션을 약이다 생각하고 바르세요."
"보습 로션이 무슨 약이야?"
"그게 지금은 최고로 좋은 약이예요. 그리고 매일 사우나 가시는 거 하지 마시고요."
"뭐? 사우나도 안 돼?"

고집쟁이 사우나 마니아 할아버지가 지난 주엔 단단히 역정을 내실 기세로 돌아가셨는데 집에 가시다가 보습로션을 사고 열심히 바르시긴 하셨나 봅니다. 오늘은 따님이랑 같이 오셨어요.

"아버지 사우나 안 가시고 로션도 좀 바르셨어요. 좀 덜 가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근지러워서 사우나를 매일 갔었거든. 근데 근지러운 데는 사우나 가는 게 아닌가봐?"
"아유 아버지 선생님한테 그렇게 반말 하시면 어떻게 해요?"
"어이쿠야 이거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ㅎㅎㅎ"

가을철이 되면 일교차도 심하고 날씨도 건조해져서 피부가 많이 건조해집니다. 특히 뜨끈한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고픈 마음이 절로 드니 더욱 건조해지기 일쑤죠. 피부 건조증은 피부 내 수분이 정상 상태의 10% 이하로 부족해지는 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긁어서 생기는 2차 감염이 생기기 쉽습니다. 피부건조증은 잦은 샤워나 목욕 강한 세정제와 비누 사용 등 현대인의 여러 생활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피부건조증은 수분크림이나 보습로션을 잘 바르는 것만으로도 좋아집니다. 흔히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라고 말씀드리면 피부를 깨끗이 씻은 후에 바르려고 하시는데 그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피부건조증은 피부를 자주 씻는 것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아주 불량한 상태가 아니라면 별도의 세척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덧발라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뜨거운 물에서의 목욕은 절대 피하고 샤워 후에는 물기가 마르기 전에 (3분 이내에) 온 몸에 보습로션을 충분히 발라주세요. 물과 과일 야채 견과류를 많이 드시고 가습기를 이용하여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에는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도 심해지기 마련이니 언제나 촉촉한 피부가 질병에 강하다는 거 기억하세요! 충분한 보습으로 피부건조증을 예방하세요!

추혜인 씨는 살림의료생협 주치의이며 현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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