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열린학교 신미혜 교장 인터뷰

그녀를 알고 지낸 지 햇수로 4년째. 처음 보았을 때나 지금이나 그녀가 전해주는 느낌은 같다. 부드러우면서 강단지고 야무지다는 느낌. 주로 아이들과 있는 모습인데 항상 목소리가 시원스럽고 우렁차다. 다양한 요구를 하는 아이들을 향해 강압적이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자분자분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걸 보고 있자면 그녀의 내공이 느껴진다. 신미혜(39세) 선생 그녀는 지역아동센터 열린학교 교장이다.
 
지역아동센터 개소식이 있던 날 행사가 끝나고 손님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돌릴 때 2층 사무실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오랫동안 소망했던 일이고 아담한 이층집으로 새 공간을 마련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 소감을 묻자 “오히려 담담하다”고 말한다. 그 동안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지나왔기 때문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열린학교 신미혜교장     © 부미경
열린학교의 새 공간을 마련하고 오히려 '담담하다'고 말하는 그녀

 
1998년 아줌마 세 사람이 뭉쳤다. 여부옥 김정희 신미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했다. 1년 동안 슈타이너 교육 공부모임을 하며 준비한 후 무료 공부방을 시작했다. 아줌마이면서 사회에 대한 고민을 뿜어내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분리된 것이 아닌데 교육이냐 복지냐를 놓고 고민도 참 많았다”고 신미혜 지역아동센터 열린학교 교장은 당시를 회상한다.

 2002년 열린학교 문을 닫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신미혜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이정표가 엇갈린다. 잘되느냐 잘못되느냐 하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 결과적으로 모든 일이 혼자 힘으로 된 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원도 없고 일할 사람도 없고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할 때 서연정 사회복지사가 교사로 오면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그때부터 신미혜교장은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우물안개구리처럼 있을 때 “하늘을 봐 저렇게 높고 푸른데…”라는 말이 건네진 것도 이 시기였다고 한다. 서울지역아동협의회 활동을 하고 새롭게 공부도 시작하니 아이들에게도 “푸른 하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이를 키우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열린학교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어디에서 일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아이들이 행복한 곳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당시 1살이던 우리 아이가 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일하다 보면 아이들이 행복한 곳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생각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치일 법도 하고 지치기도 할 텐데’ 하는 염려는 그녀와 몇 마디 나눠보면 쓸데없는 걱정임이 확인된다. 그 에너지가 뭘까 궁금해진다.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된다. 내 삶의 동력이다. 남편은 항상 ‘넌 할 수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고 에너지를 전해준다. 그 믿음이 고맙다.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과 비교해 성장해 가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뿌듯해 하며 지지를 보내준다”고 전한다.

신미혜교장은 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열린학교에 다니게 했다. 보통 자기 아이들은 데리고 오지 않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처음에 아이가 ‘귀속에 오빠들이 하는 욕이 윙윙거려’라고 말할 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 때 아버지와 학생운동에 관해 논쟁하면서 ‘사회가 똥물로 가득한데 우리집 대문만 닫아 건다고 해결되느냐’ 고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동교육 전반이 바뀌어야 하고 아이들이 ‘자기’ ‘자아’의 역동을 느껴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한다. 작은 실천인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행한 모습에서 큰 그릇의 그녀가 느껴진다.


열린학교에는 ‘인생설계프로그램’이 있다.
어느날 아이들이 집에 가기 싫다며 열린학교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것 그것이 발전하여 이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아이들의 욕구를 그대로 받아주고 그 역동성을 살리는 것 내가 권리가 있는 주체라는 걸 체험하고 느껴가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신미혜 교장은 힘주어 말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 힘이 느껴진다. 언제나 자신있는 목소리로 힘있게 말을 건넨다.     ©부미경
"아이들의 욕구를 받아주고 그 역동성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에 대해 “독일의 슈어스타트의 경우 국가가 모든 아이들에게 6개의 검사를 무료로 해 준다. 이처럼 기본적인 아동정책 특히 의료 등은 국가가 책임져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단위 마을단위에서 네트워크를 가지고 지역아동센터 위탁가정 쉼터 등이 연계하여 아동과 가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한다.

 “이제까지 모든 문제가 가정 책임주의였다면 사회책임주의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이 지역아동센터다.”고 그 의의를 설명한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가 영리추구의 대상이 되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국가는 무상의료 등의 정책으로 마을단위에서는 민과 관이 파트너쉽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면서 2층의 방은 아이들과의 ‘비밀 이야기방’ 가족들과의 상담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앞으로 아이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통해 나타난 가정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두 가지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므로.

“미국의 경우 가정을 찾아가는 상담서비스가 있다. 그런 역할이 우리사회에도 있었으면 한다. 또한 지역단위에서 아동지킴이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사회의 역동성으로 보았을 때 이런 일을 하는 자원봉사대를 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눈이 반짝거린다.
 
아동들을 위해 가정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복지센터 역할해야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간사협의체 아동분과에서 일하고 있기도 한 신미혜 교장은 “각 분과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논의하고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종합되어야 함에도 그 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동정책이 아직까지는 애매하다. 어느 지역에 도서관이 더 필요하고 어느 지역에 아동센터가 더 만들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어느 곳을 집중 거점으로 더 키워야 하는지 등 구체계획이 부족하다” 며 복지 아동정책 관련 지역사회 현실을 꼬집는다.

그리고 “협의체가 이제 시작이니 신뢰관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꼭 실행하는구나 하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복지시설의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 실적위주라는 것이다. 시설에서 좋은 사례가 하나 만들어지면 자기만의 것으로 생각하는 배타적인 생각이 있다. 이런 시설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임자나 중심이 없으면 안되겠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의 것이고 아이들의 것이어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키우고 가꾸어 나가는 지역아동센터 열린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을 조직하고 아이들과 부모 시민사회와 행정 등 여러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야말로 ‘현실 자원의 코디네이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를 앓고 있는 큰 아이에 대해 더 신경 쓰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직접 과자를 만들어 돌리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가진 역동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열린학교의 긍정성’ 을 확인한다.

 신미혜 교장은 그런 믿음으로 지역아동센터가 조금씩 성장해 나가리라 기대한다. 저소득층 아동사업 지역아동센터의 대모로 우뚝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