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극을 시작한지 2~3년차인 20대 후반의 초보 연극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맡은 연극은 아동극 2편과 뮤지컬 한편 그리고 지금 공연 중인 연극이 전부다.

비록 초보 연극인이라지만 그가 연극에 쏟은 시간은 상당하다.
그가 연극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대학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어쩌면 연극과 아무 상관없는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의 많은 시간을 연극을 하는데 썼다.

그는 “대학시절 내내 연극만 한 것 같다. 덕분에 어머니는 나를 연극영화 전공으로 오해하고 명절 때면 친척들에게 그렇게 소개했다”며 웃음 지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연극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큰 병을 앓으면서였다고 한다.
그는 죽을 것처럼 온 몸이 아파 병원에 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고 나중에 어머니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 길어야 2~3일’이라는 의사의 말이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살고 죽는 것이 어제와 오늘 다를지 모르는데 이 소중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삶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크게 결심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그의 병명은 물론 술병(酒病)이었다)
▲ 현정아 사랑해의 한장면 오른쪽 장대성(황희) 왼쪽 이지연(현정)

그가 지금 공연하고 있는 연극은 “현정아 사랑해”

청력을 점점 잃어가는 청각장애인 황희와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하반신 지체장애인 현정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이 연극은 장애인 잡지에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황희와 그를 곁에서 도우며 사랑을 키워가는 당찬 여인 현정 그리고 편견을 가진 황희의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이들이 겪는 갈등 거기에 일상에서 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장애인의 성욕에 관한 문제들이 간간히 내비쳐진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단 세 명.
황희 현정 그리고 각종 효과를 맡고 있는 기타 연주자 한명이다.
실제로 이 연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인 “현정”의 섹쉬한 몸짓에다 각종 음악 반주와 초인종 누르는 소리 등 효과음 각종 소품 준비 등은 기타 연주자가 도맡아서 한다는 것도 이 연극의 재미 중의 하나이다.

‘첫사랑 고마워요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부른 가수 임현정의 노래 14곡이 이 연극을 이끌어나가는 음악의 전부라는 것도 이색적인 부분이다.

어느 다른 인공적인 음악이 아닌 기타 하나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 소극장 전부를 채우는 느낌은 꽤나 신선하다. 주최측은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형식이라며 뮤직드라마라는 말로 연극을 표현하고 있다.

▲ 출처 현정아 사랑해 홈페이지
그는 극중에서 ‘황희’역을 맡고 있다.
“이 공연이 장애인을 다룬 많은 연극들처럼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밝고 경쾌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해 한다.

많은 연극인이 그런 것처럼 그도 일정하지 않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고 다음 공연도 확실히 잡혀 있지 않지만 좋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춤과 노래를 배우고 있다.
“그래도 혼자 먹고 살기는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그는 초등학교를 다니기 전부터 은평구 응암동에 살고 있는 90% 은평구 토박이이다.
불광역에 있던 롤라장 이야기를 하며 롤라를 뒤로 타던 아이들이 그리도 부러웠다고.
그리고 은평구의 열악한 문화 환경과 어디든 문화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목청 높여 이야기 했다.

내가 처음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을 때
“나는 아직 인터뷰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직 수많은 연극인 중에 별 볼일 없는 초보 연극인이다.
하지만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곳이 무대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언젠가 그의 인터뷰를 위해 참 많은 지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좋은 연극인 한 명을 알았다는 뿌듯함을 안고 녹번동의 조용한 호프집에서 이어지던 밤늦은 만남을 끝내고 일어났다.



"현정아 사랑해"는 8월 3일 ~ 9월 16일까지 (월~수 19:30 / 목금 16:00 19:30 / 토8월15일 15:00 18:30 / 일 공연없음 / 9월7일14일15일 4시공연 없음) 대학로 까망 소극장(혜화역 2번 출구)에서 공연한다. 극단 "신명나게"가 올리는 무대다. 공연문의는 02-900-0712 메인클럽은 http//hj-hh.cyworld.com이다.











박말례씨는 대조동에 사는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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