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개띠해.
동갑내기 개띠(70년생)로 만난 부부가 아들도 개띠해(1994년생)에 낳고 가족이 개와 관련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 만나 보았다 .

은평구 응암2동 서부병원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다 보면 ‘멍멍닷컴’이라는 상호가 눈에 뛴다.
애완견용품 전문 매장이다.
이 매장을 운영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개의 해에 태어났다.

주인장 김용현씨 그의 부인 아들 무중군 같이 일하는 윤남영씨 애완견 미용사 5명 모두 개띠다.
▲ 김용현씨와 방금 배달을 마친 윤남영씨가 잠깐 포즈

별난 인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별난 인연도 인연이지만 이들의 개사랑은 남다르다.

주인장 김용현씨는 2000년부터 준비해 2001년 멍멍닷컴(www.mong-mong.com)이라는 애견용품 전문 쇼핑몰을 열고 바로 뒤이어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애완견용품점을 처음 가보는 사람은 매장입구에 놓인 자그마한 칸막이 문도 이채롭다.
아마 개의 보호차원에서 마련한 문인가보다.

생각보다 널찍한 매장안에는 다종다양한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애견 미용실방도 따로 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리를 절뚝이는 개와 한쪽 눈을 잃은 개 2마리이다.

주인장인 김용현씨가 버려진 개를 그냥 볼 수 없어 치료해 주고 돌봐주고 있다.
김용현씨는 “아마 다리 다친 녀석은 길거리를 떠돌다가 차에 치인 것 같다. 눈을 잃은 녀석은 어제 왔는데 적응을 잘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았거나 사고를 당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김용현씨가 이렇게 주인없이 버려진 개를 돌봐주고 치료해 주어 정말 그 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만도 100여 마리에 이른다.
▲ 현재 돌보며 치료중 주인을 찾아야 할텐데...

동물이나 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둔 것 같다는 말에 김용현씨는 “그렇지 않다. 동물들과 한 이불에서 자기도 하고 불쌍한 동물을 만나면 도와주고 싶고 집에 데리고 와 돌봐주기도 하곤 했지만 특별히 자신이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본성으로 대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쇼핑몰 운영과 온갖 실무를 맡고 있는 아내는 용현씨가 다섯살 때 만난 단짝 친구이다.
은평구 토박이인 용현씨가 잠시 벽제 근처 친척집에 살러 갔을 때 만난 동네 친구.
다섯살 때 벌써 결혼 약속을 한 사이라며 같은 개띠 인연이 길고 오래되었음을 은근히 자랑한다.

군대 갔다온 후 세차 지하철 신문 배달 캠프차량 운전 등 궂은 일을 하다 뒤늦게 대입시험을 보고 결혼하고 나서 대학을 다녔다. 국가고시를 보기위해 공부를 계속하다가 가족들을 더 이상 고생시키면 안되겠다 맘먹고 애견동호회를 통해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택하자'는 결정을 한 것.

경기를 타는 일이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쇼핑몰을 열었던 곳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전국적으로 애견 쇼핑몰은 약 100여 곳.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700~1000명 정도의 고객과 온라인 상에서 10000명 정도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운영은 빠듯하다고 말한다. 성심성의껏 고객을 대하곤 하지만 장사수완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버티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김용현씨는 애견용품점을 하며 유기견을 돌보고 관심을 가진 김에 편입시험을 쳐 수의대까지 들어갔다.

앞으로 동물병원도 이 매장에다 낼 생각이다.
“버려진 개들은 대부분 중증의 병을 앓고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다. 한 달에 세 마리 정도만 돌봐주자라고 맘 먹고 있지만 어떨 때는 다섯 마리를 돌보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한 달 100만원의 치료비를 대다 보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동물병원을 내면 괜찮을까요? ”라고 말하며 수의사가 되면 더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부인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와 가족들이 싫은 내색없이 함께 해 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아들 무중군은 워낙에 버려진 개를 돌보는 부모의 영향때문인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돌보는 개들과 함께 산책하고 병원 데리고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김용현씨는 보통 불쌍한 동물을 보면 돌봐주고 싶어하지만 주변여건이 안되어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지금은 그나마 그런 제약 없이 할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고 말한다.

“요즘은 카드라는 게 참 좋죠. 일단 수술해 놓고 뒷감당을 나중에 하면 되니까요”라며 짐짓 너스레를 떤다.

그에겐 참 아프고도 소중한 기억이 있다.

충암 고등학교 시절.
겨울 길거리에서 장이 튀어나온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냥 놔두면 죽을 거 같았다. 무조건 끌어안았다. 이 장면을 본 여자친구가 기겁을 하며 반대했다. 반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부모들의 반대 또한 완강했다. 집안으로 들여놓지 말라는 것. 문 앞에서 버티다가 너무 추워 고양이를 대문 앞에 두고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잠결에도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다음날 버스정류장에서 초등 학생들이 막대기로 고양이를 괴롭히고 있는 장면을 보고 그러지 말라고 이르고 학교에 갔다.

수업이 끝난 후 다른 학교일정을 도저히 마칠 수 없었다.
서둘러 학교를 나와 그 고양이를 찾아 무조건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있는 돈을 다 털어도 수술비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하소연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 용현씨는 자신이 다니는 충암고와 여자친구가 다니는 학교의 중간쯤에서 고양이 수술비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 일로 그 여자친구와는 영영 사이가 나빠졌다며 같이 일하는 동창을 쳐다보며 웃는다.
성장기에 겪은 남다른 진통으로 남아있는 일이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를 수술시키고 고양이를 필요로 할 법한 동네 쌀집을 돌아다녀 그 고양이가 머무를 곳을 찾아 주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어느 겨울밤 길을 가다 화원 곁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다 자란 고양이였다. 눈빛을 보고 자신이 수술시켜 준 그 고양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 고양이도 마치 자신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몇 초 동안 쳐다보고 헤어졌다.
고마움을 알았다고 말하는 듯한 그 눈빛.

용현씨는 지금도 가끔은 그 고양이 눈빛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교감을 나눈듯한 그 눈빛이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한쪽눈을 잃은 개
작년 은평구에서 구조된 유기견(고양이 포함)은 912마리였다.
1194마리의 강서구에 이어 많은 숫자였다.

어리고 작은 동물에만 관심을 주고 조금 자라거나 병이 나면 버려도 좋은 것처럼 여기는 풍토에 대해 “사람들의 감성이 좀 무뎌진 거 아닌가요? 동물에 대해 언제든 버려도 좋을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과 분리된 물건처럼 생각하지 말고 반려동물이라는 생각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지구상에 사람만 산다고 생각지 말고 감정이나 나름대로의 지적인 교류가 가능한 동물에 대해 같은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는 게 김용현씨의 생각이다.

공부를 하느라 부인과 친구가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많다.
방학 중인 이 기간에 무언가 영업에 도움을 주고 싶어 지하철역에서 퍼포먼스 형태로 동물 복장을 하고 사료 나눠주기를 하고 있다.

은평구 내에서 매장으로 직접 주문하는 경우에는 사료 하나라도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 주고 있다. 애견미용에서도 직접 데리고 와 미용을 하고 데려다 주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용현씨는 이런 정성이 고객들에게 인정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아는 고객들은 칭찬의 댓글이나 소개도 해 놓았다.
쇼핑몰이 믿음이 가고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친절하다고 평이 나 있기도 했다.

개와 함께 개의 해에 꾸는 그들의 꿈이 무럭무럭 커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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