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 시민의신문 편집 부국장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창간 1주년을 맞아 지역운동과 지역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98년 말지 기자로 “21세기 희망 지역에서 찾는다”라는 기획시리즈를 7개월 동안 연재한 적이 있으며 조선일보의 친일행적과 족벌체제에 관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고 “정지환의 취재파일’ ‘대한민국 다큐멘타리’ ‘남해군수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저술활동으로 알려진 정지환 기자를 만나기로 했다.
모 인터넷 신문의 창간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민일보사옥에 온 정지환씨를 여의도 공원 벤치에서 만나 1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다.

정지환씨는 인터뷰 내내 힘있는 목소리로 언론개혁운동과 지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시민의 신문 편집 부국장이며 여의도통신의 대표기자인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부미경(이하 부);90년대부터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 왔는데..

정지환(이하 정);말지에서 99년 6월부터 7개월 동안 총괄기획도 하고 많은 지역을 다녔다. 가능하면 도시보다는 농촌쪽으로 다니며 그나마 지역공동체가 살아 있는 곳에서 희망을 찾아보고 싶었다.
재야시민단체의 운동 모습조차도 중앙집권적이라고 생각했고 우리사회의 진정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마인드 지역의 시각 지역주체가 바로 설 때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획을 할 당시 논란이 없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우리사회의 모순을 해결해야 할 때 참여연대나 전국연합 차원의 운동이 더 힘을 받아야 하는데 분산시키는 거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따로 노는 게 아니고 상호 보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힘들게나마 지역을 일궈내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오한흥 [옥천신문] 당시 편집국장도 그때 만났고 안티조선의 성지로서의 옥천 언론개혁운동의 기치로서의 옥천으로 그 인연이 이어졌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다니면서 사람 중심의 희망 찾기를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그때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현재의 지역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원화되어 가는 것 같다. 당시는 전교조 농민회 중심이었다. 그 조직이 없으면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금은 다양한 노력이 보인다. 지역신문을 하려는 노력도 그렇고 마포에서 성미산 공동체와 소출력라디오 실험까지 가고 있는 걸 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역의 주체들이 새롭게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과거 일찌기 사회운동이 시작되었던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를 봐도 필연적인 흐름인 것 같다.
독일 프랑스의 6.8운동 일본의 전공투 미국의 반전(반베트남전)세대 등 사회를 변혁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하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서 간 곳이 지역이었다.
홍성의 풀무공동체나 철원 포천 연천지역을 아울렀던 한탄강네트워크의 경험 옥천사례 등은 유럽의 어떤 경우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다.
또 재미있게 보았던 것 중에 하나가 경남 남해의 실험이다. 청년회 농민회 민중당 등의 활동의 연장선에서 젊은 사람이 행정권력을 장악한 사례다. 언론을 통해 지역행정권력을 잡아나가는 모델이 되었다.

부; 김두관씨가 남해신문을 직접 했나?

: 남해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신문을 돌리고 지역의 현안을 가지고 토론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고 군수까지 되었다
그게 힘이었다고 본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론이라는 소통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남해 주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지역언론을 하다가 지역권력을 잡음으로써 남해신문의 경우 행정권력과 지역언론과의 관계가 모호해지고 신문 자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점도 있다.
그러나 지역의 행정권력을 장악해서 행정혁신을 보여준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부; 남해의 경우 군수를 배출했다는 성과 이외에 지역적 토대나 시민의 힘으로 조직된 역량 지역자체의 변화 이런 것은 어떠했는가?

; 지역의 정치의식 자체까지는 변하지 못했다. 김두관씨가 도지사선거에 출마하면서 한나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기도 했고... 지역 자체가 워낙에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하고 한나라당 아성 지역 그것도 거제도 건너편에서 그런 일을 해낸 것을 보면 지역에 철저히 천착했다고 본다.

부: 김두관씨가 지역을 발판으로 해서 중앙정치에 화려하게 데뷔한 사람이라는 점이 다른 측면에서 지역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이것을 모델로 삼으려고 한다면 부정적인 여파도 있다고 보는데?

: 강하다. 김두관씨가 가지는 문제도 있고...
사람에게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취하지 않으면 된다. 그림자 때문에 빛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두관은 김두관의 방식대로 했던 것이고 아류에 머물면 안된다. 오마이는 오마이 방식대로 했고 여의도통신이나 은평시민신문이 그대로 흉내내려고 하면 안되는 것처럼 응용하고 참고로 삼되 우리의 정답을 찾아나가려고 할 때 우리 사회가 진전되고 진보하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해야지 원칙과 철학 없이 따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상상력의 부족이고 비전이 없는 것이다.

부:지역운동 차원에서 시의원을 했다는 모씨가 지방의회의 한계를 느낀다고 말하며 중앙으로의 진출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다. 물론 경험 속에서 한 이야기이겠지만 혹 지역운동이나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어떤 정치활동의 경로로만 여겨질까봐 여쭤보는 거다.

: 아직도 중앙집권주의 마약에 취한 거라고 본다. 그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중앙이나 지역이나 영역의 차이일 뿐이다. 더 깊어지고 넓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무한한 가치가 있다. 이것에 보람을 느끼고 일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도시에 나가 출세해 돌아온 사람이 큰바위얼굴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그 지역을 지키면서 오랫동안 살았던 자신이 큰바위얼굴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되려면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중앙으로 가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공허감 패배주의를 느낄 필요가 없다. 옥천신문 여의도통신을 하면서 중앙언론에서 일하는 사람과 비할 바 없는 보람을 느낀다. 희열도 있고 여러가지 가능성도 보이고 작은 것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개미군단의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아 여의도 통신도 만든 것이다
누가 인정해 주거나 크기나 규모에 따라 격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서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와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내면의 세계를 풍부하게 한다면 지역이니 중앙이니 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본다.
자꾸 지방을 중앙으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여긴다면 그건 철학의 빈곤이고 21세기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 풀뿌리마인드를 가지고 국회의원 개개인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에 대해 중간점검해 본다면?

: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있다. 초심을 가지고 해 나갈 것이다. 중앙적인 것 인기 정치인 위주가 아니라 그 사람을 뽑아준 지역의 매체가 감시해 달라고 하는 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를 하는 것이다. 지역 유권자의 정치의식도 높아지고 정치인도 달라질 거라고 본다.

부; 딜레마도 있을 거 같다. 지역차원의 프리즘을 가지고 가면 나라살림을 잘하라는 국회의원에 대해 지역을 위해 일해 달라는 요구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문제의식을 느낀다. 고민하고 있다. 지역담당팀과의 연계성 속에서 국회 전체를 기존의 매체와 다른 내용으로 조망해보는 총론과 각론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유권자를 위한 정치교육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 말지 기자로 안티조선운동을 하면서 소송도 당하고 집요하게 조선일보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 경험과 과정 현재의 안티조선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 '안티조선을 위한 안티조선운동'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안티조선이다. 안티조선이 사멸되는 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으나 아직 이것이 사라질 정도로 조선일보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소모적 비생산적인 논쟁을 야기하는 것 우리가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 게 소통의 부재와 리더십의 부족이라고 봤고 소통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고리가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수구언론이라고 봤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소통의 중요한 기제로 매스컴이 중요한데 이것이 공정한 잣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30센티미터를 놓고 어떤 경우에는 3미터가 되고 어떤 경우는 3센티가 되면서 사람들을 쥐고 흔들었다.
언론 때문에 겪는 고통 비생산적인 논란들 특히 남북문제 지역문제에서 보여졌던 내용이 문제였다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흥분시키고 일종의 흥분 상업주의로 계속 사서 보게 하고
신문사는 그걸로 인해 이득을 보고 흥행을 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민족에게 큰 해악이라고 보았다. 말지 기자로 있다 보니 그 해악의 심각성을 느꼈고 어떤 사람들은 활용하자고 했지만 자살 폭탄 테러하듯이 싸우는 사람도 필요하겠다 생각했고 단지 그 역할을 맡게 된 거다.
적어도 인터넷 언론이 등장하면서 이제 조선일보가 의제를 설정하고 대다수 언론이 따라가 여론이 형성되던 것은 끝장났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안티라는 것도 대안의 전제로서 안티다. 안티조선은 소출력 라디오 지역 인터넷신문 등으로 다양화 되어졌다. 안티조선으로 불리지 않더라도 언론개혁이라는 그 연장선 속에 있다고 본다.
대안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으로 안티는 의미가 있다. 이미 안티조선은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선일보야말로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안티만을 하고 있다. 반공 반북이 대표적이고 동북아와 세계정세를 보지 못하고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우리를 이끄려고 하는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안티 세력이다.

부: 지역(인터넷)언론이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말한다면?

: 기계적 중립은 없다고 본다. 편향되지 않기 위해 가치중립적이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위선이고 허위의식이라고 본다.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싸울 때 심판만 보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현실 자본의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대언론 특히 조선일보류와 대안언론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부: 현실권력을 태동시킨 인터넷언론이 현실 권력에 대해 객관성을 잃고 편향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 구르지 않는 돌에 이끼가 끼듯이 한번 진보가 영원한 진보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쉽 부족의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이를 위한 “셀프리더쉽”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재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든 인격을 배양하는 것이든 건강을 위한 체력단련이든 주변 이웃과의 연대이든 이런 노력이 부재했던 것이 8~90년대 사회운동이 어느 순간 공허해졌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가 하는일에 대해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신명나서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회와의 대화는 끊임없이 하되 사회구조를 바꾸더라도 거기에 채워질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의 운동은 사회를 바꾸는 운동과 자기 자신을 바꾸는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한다.
대안적인 운동에서도 생태적인 것에서도 심지어는 경영마인드나 개발론에서도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굴러서 이끼가 끼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운동의 어떤 완성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 지역의 변화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다시 한번 말한다면?

; 한탄강네트워크의 경우 이철우씨가 자신의 모교이자 딸이 다니는 학교가 폐교되면 공동체 자체가 와해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러한 계기를 통해 한탄강이라는 상징적 연대가 가능했고 국회의원까지 되었다가 다시 지역으로 되돌아와 묵묵히 지역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걸 찾아냈으면 한다
은평시민신문에서도 그걸 보고 싶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풍요로와지고 다원화되고 다양한 공간에서 그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
물이 한방울 때문에 넘치는 것처럼 계속 모이다 보면 언젠가 넘쳐 흘러나고 변화가 이루어질거라고 본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에게 감동을 주는 시민운동 지역언론에 대해 생각했다. 정지환씨가 취재한 풀뿌리 지역운동 사례를 우리 지역의 상황과 연관해서 깊이있게 파고 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인터뷰어의 문제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은평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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