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냥 돈이 아니라 ‘내 돈’이다. 시장 원리의 바탕을 이루는 것 중에 하나는 누구나 개인(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도 포함. 즉 사적으로) 자격으로 참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참가하는 사람들이 얻고 싶은 것은 그냥 돈이 아니라 ‘내 돈’이란 말이다.
 
경제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누군가 ‘경제가 꼭 그런 것이어야 하나?’라고 투덜댈 수도 있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요즘 서울에서 대박 유행하는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할 때 따르는 문제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경제’로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
 
25일(월) 은평구청에서 열린 ‘서울 사회혁신 정책 순회 토론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민간 부분에 서울시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이 있다. 은평구에도 사회적 기업 주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경제협의회가 지난 3월 구성됐다. 이 날 토론회에 이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주체들이 많이 참석했다.
 
사회적 경제와 마을공동체의 선순환 구조
 
서울시 사회적기업개발센터 장지연 기반조성팀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회적 경제-마을공동체를 핵심으로 한 사회혁신 정책을 설명하고 은평구에서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표 주자들이 은평구의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 은평구청에서 열린 서울 사회혁신 정책 순회 토론회     © 임세환 기자

 
장지연 팀장은 낯선 만큼 복잡하고 복잡한 만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박원순 시장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설명했다. △개별 사회적 경제 조직간 경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경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공공 주도로 사회적 경제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고 △서울시 정책과 기업의 사회 공헌을 통해 지자체 기업 시민 SE(Social Economy)조직 등으로 참여 경제 주체를 다각화하고 △영리 모방형 경영 지원을 통해 Peer Consulting(동료 상담)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시민 간 기업과 시민 간 SE와 시민 간 등등을 연결할) 중간지원체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서울시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올해 추진하고자 하는 공간 인프라 지원 사회혁신 기업 발굴 육성. 협동조합 활성화 등의 지원 정책과 은평구 불광동 옛 국립보건원 자리에 들어선 사회적 경제 허브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서울시 사회혁신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경제’와 ‘마을공동체’다. 이 날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최순옥 (사)열린사회시민연합은평시민회 대표는 둘 사이의 관계를 “마을공동체가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지역사회가 스스로 자기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정부의 아무런 지원이 없을 때도 은평구에서 시민사회가 두 개의 생협을 만들어내고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럴 수 있었던 밑바닥 힘은 서로 돈을 내고 서로 품을 내는 것이었다. 이런 정신이 사회적 경제 안에 구현되어야 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또 “마을공동체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만든 생산품을 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때문에 마을공동체의 1차적인 대상은 이 흐름 안에서 같이 호흡하는 시민사회다.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지역 사회가 상호 호흡하고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망으로 설명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시민사회 영역이 있다.”고 했다.
 
“기업은 1차적으로 이윤 창출해야” VS “사회적 기업 수익이 우선인가?”
 
서울시 사회혁신 정책의 파트너에는 시민사회도 있고 사적 영리를 추구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은평구 마을공동체 흐름에서 같이 호흡했던 파트너가 아니다. 그런데 서울시 입장에서는 껴안고 가야 할 파트너다. 다시 말해 서울시라는 큰 공동체 안에는 시민사회라는 주권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 기업 말고도 많다. 어쨌든 시민사회와 기업은 여기서부터 갈등하기 시작한다.

© 임세환 기자
 
김은복 은평사회적경제협의회 대표(역촌동 주민자치위원장)는 토론회에서 “기업은 1차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에서 약간 실패한 것 중 하나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놓고 서울시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업 개발비 지원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서 서울시의 사업비가 컨설팅 교육 분야로 집중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회사 CI 개발이나 마케팅 등 사회적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송영흠 은평이랑 사업단장(응암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은 수익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점과 지향이 조금씩 다르다. 참여하는 단체들이 유기적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어떻게 충당하고 수익을 내게 할 것인가?”라고 말하고 “옛 국립보건원 자리에 생기는 단체는 은평구에 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익이 우선인가? “엄청 많은 토론거리”
 
사회적 기업 주체들의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문현주 은평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 팀장은 “각자 지향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수익이 우선인가의 문제는 엄청 많은 토론거리를 발생시킨다. 그런 것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라고 말하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엄청 많은 토론거리다. 수익이 있어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사회 환원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기업에게 그 수익이란 기업의 영리다. 우선 '내 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하자면 사적 기업의 천부적 권리다. 사회적 경제 안에서의 영리를 “서로 돈을 내고 서로 품을 내는 것”을 위한 수단으로 규정해도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에게 수익이 우선이 아니라고 말하는 식의 정언명제가 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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