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국정감사가 이어지던 2021년 10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실에서 이런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횟수가 크게 늘어났고, 또 그 결과를 사업체에 통보하는 것을 넘어 별다른 기준 없이 언론 등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기업 망신주기’식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기업 망신주기’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 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호통 치는’ 정치 쇼를 하면서 기업을 망신준
아직, 작공 창밖 너머 은행잎에 파릇한 기운이 감돌던 9월이었다. “선생님은 아이 좋아해요?”, “선생님은 강아지 좋아해요?” 프로그램 준비에 여념이 없던 선생님들 옆에 찰싹 붙어 아이들이 사뭇 진지하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전 별로 안 좋아해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남다르신 P선생님이 답한다. “선생님은 저희들한테도 꼬박꼬박 경어를 쓰시는데 아이는 안 좋아하신다는 거네요?” “선생님, 방긋방긋 웃는 아가가 어떻게 안 이쁠 수 가 있어요?”나의 우아한 동료선생님이 순식간에 아이를 싫어하는 특이한 사람으로 규정당하는 중이었다. “
“변호사님,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라는 곳에서 재개발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동의해줘도 될까요?”“저희 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된다고 해서 정비계획 입안제안 동의서를 제출해줬는데, 이제와서는 저희 집을 빼고 재개발을 하겠다고 말을 바꾸는데 어떡하죠.”최근 연신내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단체가 인근 구민들이자 토지등소유자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재개발구역 지정을 서두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은평구는 연신내역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추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연신내 정비예정구역이 지정되었고 연
어느새 정보공개법이 개정된 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변화한 내용들은 대부분 이미 시행되었지만, 1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가 2021년 12월 23일 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부분도 있는데요, 바로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에 대한 것입니다.정보공개심의회는 각 공공기관에 설치되는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개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하거나 이의신청이 접수된 경우 해당 사안의 공개 여부에 대해 심의하고, 그밖에도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일반적인 정보공개 절차는 공공기관의 담당
콧물이나 기침이 계속 있다고 환자들에게 진료실에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담배를 피우거나 함께 사는 가족 중에 담배를 피우는 분이 있나요?”“아니면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긴장하는 표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대답하는 분들.“아, 그런데 저는 계속 키울 건데요.”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지레 경계 태세를 보이는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다른 의사들에게 이미 다른 말들을 들으셨나보다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웃으면서 말씀드리죠.“네, 당연하죠. 계속 키우셔야지요.”‘나는 동물털 알레르기는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 기관은 ‘공공기관’이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 공공기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구청이나 시청, 정부 부처들은 당연히 공공기관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전력공사 같은 공기업은 어떨까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 KBS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나 환경보전협회처럼 이름만 봐서는 공공기관처럼 보이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기관에는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할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모두 가능합니다.그렇
양쪽 눈 주위 피부에 발갛게 습진이 올라온 30대 여성분이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1주일 전부터 심해졌는데, 너무 가렵고 이제는 하얗게 피부에서 비늘이 일어난다고요. 이럴 때 제 질문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1. 최근 눈 주위에 새롭게 바르기 시작했던 화장품 있으세요?2. 최근 눈 부위를 깨끗이 씻어냈던 적 있으세요?첫 번째 질문은 화장품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을 감별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쉐도우와 같은 화장품, 아이크림 같은 보습제들도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성분에 특별히 알레르기를 잘 유발하는 물질이 없더라도 내 피부
정보공개 청구는 기본적으로는 청구인과 청구 대상인 공공기관 간의 절차입니다. 청구인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여부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공공기관에 나와 관련한 정보를 청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내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공개 통지를 한다면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죠?그렇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는 만약 공개 청구된 정부의 전부, 또는 일부가 청구인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청구
배를 타고 먼 바닷길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파도와 조류가 심했기 때문에, 정원 3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스피드보트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다에 처박히듯이 떨어지기가 반복되는 뱃길이었습니다. 몇 번 배를 따라 몸이 솟구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허리가 아파, ‘이러다간 허리 나가겠는데?’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코어 운동을 할 때를 떠올리며 승마를 하는 것처럼 자세를 바꾸었습니다. 승마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요. 배가 공중으로 떠오를 때 말이 장애물을 넘기 위해 뛰어오른다 생각했고 배가 바다로 떨어질 때 말이 장애물을 지나 땅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9월 22일,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연휴의 끝에는 출근의 비애가 묻어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좀 마음이 가볍네요. 대체휴일제 확대로 10월 초에 연달아 3일 연휴가 생겼으니까요.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 등 10월 초에는 기념일이 몰려있는 느낌이 듭니다. 덕분에 쉴 수 있으니 기분이 좋기도 한데요, 오늘은 10월로 넘어가기 직전인 ‘9월 28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9월 2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답부터 이야기하
제가 일하는 살림의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치료사 들이 함께 왕진을 다니곤 하는데요, 왕진이라는 것이 사실 의료기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루는 은평구 OO동 주민센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양쪽 발의 상처와 궤양이 점점 심해지는데도 병원에 가기가 싫어하시는 분이 있는데 왕진을 와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습니다.왕진가기로 약속을 잡고 주민센터 직원을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병원에 가기 싫다는 분에게 왕진을 나가자면, 그 전에 주민센터 직원의 많은 설득이 있었다는 겁니다. “병원에 가기가 정 싫으시
여러 공공기관에 동일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다중 청구'라고 하는데요, 정보공개포털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쉽게 다중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민원 접수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자치구에서 가장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지,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다른 구에 비해 민원이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 비교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의 상황을 비교해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은평시민신문과 같은 지
“이건 땀띠예요. 여름이니까 땀띠가 생길 수 있죠. 피부를 시원하고 건조하게 해주시고 보습도 많이 해주세요.”“네, 땀띠에 보습을 해주라고요?”“네, 땀띠도 일종의 습진이거든요. 보습을 해줘야 합니다.”“이렇게 축축한데 보습을 더 해주라고요? 습진에도 보습을 해줘야 해요? 건선에만 보습하는 거 아니에요?”진료를 하다보면 이런 오해를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습해서 습진, 건조해서 건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줄 안다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다. 습진에도 진물이 나는 습진도 있고 건조피부염이라고 하는 아주 건조한 습진도 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 소음, 고열, 각종 분진 등이 있는 경우, 이 유해물질의 농도가 어떠한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장해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입니다. 일하다가 질병에 걸렸는데, 이 병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서 생긴 산업재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
작공은 2년 전부터 이름하야 주경야독 여행을 간다. 작년에는 ‘주경야독 제주살이’를 다녀왔다. 여행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번 여행은 기존 여행과 달리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러가는 여행이라고 아이들에게 주지시켰지만,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무조건 좋다며 건성으로 들었다. 칠판에 토실한 고구마 같은 제주도를 그려놓고 10박 11일 일정을 펼치며 ‘일하고 걷고 명상한다!’를 거듭 강조했지만 부푼 아이들 마음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과 작공교사들, 모두가 설렜지만 그 설렘에는 동상이몽의 스멜이 강하게 풍겼다. 스스로 생계를
얼마 전 살림의원에 간호학과 4학년 학생들이 일주일씩 차례로 실습을 나왔습니다. 숫자를 세어 보니 8주에 걸쳐 무려 50명이나 되더라고요. 그 사이에 살림의원에 오셨던 분들이라면 하얀 가운을 입고 분주하게 의원 안을 돌아다니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어르신들의 문진표 작성을 도우거나 진료실 한 켠에서 긴장하며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이렇게 실습 학생들이 자주 살림의원에서 보이니 어떤 분이 넌지시 물어보시더군요. 학생들에게는 얼마의 실습비(교육비)를 받냐고요. 실습비는 거의 받지 않습니다. 간호대학에서 보내주는
정보공개센터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는 상담입니다. 매일 여기저기서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한 문의 연락이 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은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비공개 통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지만, 바로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공개 대상이고, 공공기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이렇게 공개가 원칙이지만, 정보공개법 제9조에서 비공개 조항을 마련해 예외적으로 비공개 대상인 경우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판데믹 초기에 영국 사람들이 컴퓨터 바이러스와 진짜 바이러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며 컴퓨터를 마구 때려 부수는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괴담은 이렇게 부정확한 지식과 사람들의 불안에 기대어 생산되고 유통되어 사람들이 행동을 이상한 방향으로 조종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히곤 합니다. 그러니 코로나 판데믹도 문제지만, 괴담의 전파·확산·유통도 큰 문제라 인포데믹이라고도 일컫는 것입니다.한창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괴담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와는
2020년 12월 22일, 정보공개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링크)정보공개 담당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하고,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많은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추가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의 일입니다.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부칙으로 각 조문들의 시행일을 다르게 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정일인 2020년 12월 22일부터 당장 시행된 내용도 있지만, 개정 후 6개월, 개정 후 1년으로 시행일을 정해놓은 조문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21년 6월 23일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