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좋아지셨지요?”“허허허 그런가요 살이 좀 빠져서 그렇겠지요.”“약을 꾸준히 잘 챙겨서 드셨나 봐요.” 체중을 조금만 줄여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조절이 훨씬 잘 될 것 같았던 환자분이 3개월만에 진료실에 찾아오셨다. 몸무게를 무려 10kg나 줄여서 85kg이 된 상태로! 나는 마구 칭찬해드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아저씨 멋쩍게 웃으시더니“약은 잘 챙겨먹지 못했어요. 사실은 구치소에 갔다 왔거든요.”하신다. 얼마 전 사채 및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구치소에 몇 달 계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제 환자분은 조폭 아저씨인 걸까
“우찌니가 와요” 아이들은 우찌니가 오는 게 좋은가 보다. “그럼 우리 축하 파티를 할까?” “그럼 모두 케이크를 하나씩 사면 어떨까요?” “으윽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그 대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 줄게” “좋아요.” 우찌니는 9월30일 한 달 만에 돌아왔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이다. 짧아진 추리닝 바지에 분홍색 티를 입고 있던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마지막 만남에서 형을 데리고 와 날 당황하게 했던 아이라는 것과.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렸다는 전화가 온 지 2시간이 지나서 나타난 우찌니를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이 아이스
더부룩함이 계속되어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라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종괴를 만져보라며 날씬한 배를 보여주었다.“여기 이렇게 이렇게 있잖아요.”하지만 내가 만졌을 때 아뿔싸 그건 간과 신장(콩팥)이었다.“이건 그냥 간과 신장입니다.”그녀의 놀란 표정.“그래도 만지면 이렇게 아픈걸요.”“원래 간은 만지면 아픕니다. 간 피막에서는 통증이 느껴지거든요.”나는 예전에 촬영했던 그녀의 CT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오목 가슴 때문에 갈비뼈 아래로 꽤 많이 내려온 간과 그 바로 아래 배와 등 사이에 꽉 차 있는 우측 신장 그리고 그 이외에 어떤 종괴
'얼마 전 불광동에 사는 김모씨가 침침하다며 오셨다. 빛 주위에 녹색 또는 주황색 달무리가 보이고 초점 맞추기가 어려워지며 아래쪽 시야에 안 보이는 부분이 생겼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눈이 침침하면 백내장이니까 수술하면 금방 좋아진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야 검사 정밀안저 검사상 신경의 위쪽부분에 손상이 있었다. 녹내장이라고 진단내렸다. 그랬더니 김씨는 백내장과 녹내장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신다. 병명은 비슷하지만 녹내장과 백내장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눈 속의 렌즈인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수술을 통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고 도서관을 나섰는데 아이들이 작공에 모여 있다.“뭐하고 있니?”“그냥 앉아 있어요” 나도 따라 앉았다.“여기서 뭐해?” “놀다가 자다가 또 농담 따고…….” 시간을 죽때리고 있는 거다.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할 일도 갈 곳도 없다.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은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pc방 갈 돈마저 없으면 이렇게 놀이터에 앉아 있는 거다.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난다.“난 가야겠다” 하며 일어섰는데 양구가 쫓아와 차에 탄다.“왜?”“그냥요.”나름 친숙해졌다는
2011.2.14 영우 현우와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영우가 대뜸 “화날 때 엄마가 나한테 무슨 말 하지?” 한다. 무슨 소린가 싶어 “응?” 하자 “화날 때 자꾸 쓰는 말.” “글쎄.” (화날 때 자꾸 쓰는 말이라. 정말 생각이 안 났다. 아 정말 화날 땐 말 안 하는 게 낫다. 순간 멍해졌다.) “엄마 우리 생각하는 의자 만들자. 화나면 생각하는 의자에 앉는 거야 반성하는 의자.” 생각하는 의자는 ‘우리 아이가 바뀌었어요’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엄마와 얘기하기 전에 앉았던 의자로 기억된다. 그때는 영우가 아기였을 때다.
치매와 재개발 ''정신과에 파견을 나갔을 때 일입니다. 치매 할머니가 입원을 하셨고 제가 주치의를 맡게 되었지요. 할머니의 기억력이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는 걸 가족들이 알아차린 건 2년 전이라는데 몇 달 전부터 일상적인 기능과 인지력이 갑자기 떨어져 입원까지 하신 겁니다. 아니 갑자기 왜? 바로 재개발 때문이었어요. 재개발 동네에 살고 계셨던 할머니는 기억력이 좀 떨어지기는 했어도 혼자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으셨고 동네 할머니들과 친하게 지내시면서 오순도순 즐겁게 살고 계셨는데 돌연 할머니들의 집이 싹 허물어지게 되어 울며불며 정든
2010.1.14 늦은밤 11시쯤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에게 아이들 아빠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아이…… 봤어야 하는데~”한다. 나도 괜시리 웃음이 나오며 “뭘?” 하자 짧은 순간 둘째아이 현우와 오고갔던 풍경을 전해준다. 현우가 이불 깔린 방에서 큰 쿠션을 가지고 놀며 쿠션 뒤로 숨었다 나왔다를 하며 까꿍놀이를 했나 보다. 현우가 “아빠” 하자 아빠는 “현우” 하고 또 “아빠~” 하자 “현우~” 하고 또 “아~빠~” 하자 “현~우~” 하며 서로의 이름에 재미와 마음을 싣고 왔다갔다 몇 번을 반복…… 갑자기 현우가 아빠 얼굴을 딱!
2010.10.19 영우와 실랑이 하던 중 영우 왈“(갑자기 진지하게 목소리 깔며)엄마 사랑은 절대 안 변하는 거다!” 우리 집 냉장고 한켠에 붙어있는 메모들 중 하나다. 몸으로 보여주는 마음...안 괜찮았다 오 년 전 영우가 9개월 정도 되었을까? 찬바람이 제법 부는 초겨울 아는 언니네 집들이 날이었다. 모유 먹이는 엄마들끼리 마음이 맞아 가끔 만났는데 언니가 우리를 초대했다. 태어난 날도 비슷해서 아이들 보는 재미도 있고 모두 젖 먹이는 엄마들이니 아이도 엄마도 모두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한참 기어다니며 호기심이 많을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단다. 모든 단어가 외워지는 알약이 있었으면 좋겠단다. 그것도 서켠이가. 영어에 대한 부담감 해야한다는 의무감 등이 보였다. 더군다나 양구까지. ‘어! 영어?’ 영어야 김미영 샘이 잘하는 거지만 온새미로팀(광현지역아동센터 중등반)을 맡고 있어서 가능해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성민우회 회원이 우연히 마을카페에 들렀는데 직업이 영어 과외 샘이란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그 선생님 손을 꼭 붙잡고 아이들 지도를 부탁했다. 2주에 한 번씩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기로 한 날 서켠이는 영
11월 2일 화요일 점심 먹고 아이들과 집에서 놀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인데... “여보세요~”“지혜씨 은평시민신문이예요...”“아 예! 윤기자님..” 전에 인사하고 몇 번 간단한 얘기는 나누었는데 이렇게 통화는 처음이다. “지혜씨 mbc 라디오에서 시민기자를 인터뷰하고 싶대요. 주부를 한 명 추천해 달라고 해서 전화했어요.” 조심스럽게 속닥이듯 들리는 말 속에 두 단어가 꽂힌다. 주부... 시민기자... 웬지 낯설다. 애가 둘인데 주부라는 호칭은 처음(?) 들어보는 듯하고 시민기자?... 내가 기자였어? 하는 생각
청소년이 만든 영화 보기 활동을 했지만 만나기 위해 2시간씩 기다리고 만나도 이야기 진전이 쉽지 않았다. 영화 작업을 좀 더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친해져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삼겹살 파티였다.9월 놀토 12일에 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동네 음식점에서 싸구려 삼겹살을 먹이면서도 10만 원을 훌쩍 넘어설 것 같다는 생각에 직접 구워 먹기로 했다. 장소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식기와 도구가 구비되어 있는 도깨비 어린이집에서 하기로 했다. 장소를 제공한 송순아
이젠 새벽녁의 찬 기운으로 창문을 열고 잠을 들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가을 냄새가 스며드는 하늘 아래 평온한 날들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8월 말쯤부터 마음이 무척이나 먹먹하고 가끔 숨쉬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가슴속에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이야기를 꺼내야겠어요. 약 7개월 전 선생님께 신문지면을 통해 첫 편지를 쓰게 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어요. 둘째 아이에게 찾아온 쓰나미 같던 아토피를 겪으며 그 고통으로 우리(가족과 이웃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까지)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런 것이 연대라고 하는 걸까요. 그저 손잡고
'▲ 엄혜숙 원장 부모에게 자녀는 삶의 기쁨이고 열매이며 미래의 희망이다. 양육과 교육에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종종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여 부모가 당황하곤 한다. 온순하던 행동이 점점 반항적 자기중심적이 되고 예의도 지키지 않으며 언행이 거칠어진다. 겉멋은 부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소홀하게 여긴다. 집안에서의 대화는 점점 적어지기 쉽고 학업에 바쁘다 보니 아이를 꼼꼼히 살피기 어렵다. 청소년기의 구강 건강은 일생의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초등학교 5~6학년이면 영구치열이 완성되고 이 시기에
우찌니가 광주로 전학을 갔단다. 이유는 금품갈취. 얼마의 규모이기에 전학을 가? 아이들은 “좀 많아요.”라는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녕이도 전학을 가야한단다. 8월말 개학이 되기 전에 아빠가 살고 있는 원주로 가기로 했단다. 같은 이유지만 같은 사건은 아니란다.그녕이 역시 눈도 맞춰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얼굴을 들지 않고 말없이 앉아있는 모습에 ‘참 착하게 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아이다. 지난주부터 영화기획자 송승민 샘과 진행한 ‘사진으로 이야기 만들어보기’ ‘이야기 이어보기’ 등의 영상물 주제 만들기 활동에 유
여름철 눈 피로의 주범 안구건조증''푹푹 찌는 여름이다. 낮에는 땀이 많이 나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저기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면서 더위를 식히려 한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 바람과 선풍기 바람 또한 눈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은 눈을 건조하게 만들고 건조해진 눈은 충혈되고 피로하며 눈 뜨기가 싫어지고 심하면 집중을 할 수 없고 눈이 흐릿해져 막이 끼어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여름철 눈 피로의 주범인 안구건조증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이란 우리 눈에
정들고 익숙해지고 그리워질 모든 것들선생님 어젯밤 보름달은 유난히도 맑고 밝아 바라만 보아도 그렇게 닮아가는 듯했습니다. 어둠 속 두 아이가 창문에 얼굴을 걸치고 구름에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달을 보며 좋아라 하는 뒷모습은 한동안 제 맘에 남을 귀한 한 컷이 되기도 했어요. 지난 여름 마음속 사진 중에 간직된 여러 장 중 하나는 깊은 산 속 청명하고 고요한 달빛아래 스님과 두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노래를 부릅니다. 조그맣게 부를수록 산이 좋아하고 풀벌레가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은 달빛의 아름다움에 노래를 녹여냅니다. 서울의
진한 초록의 나뭇잎들이 강한 햇살을 받으며 쭉쭉 뻗어갑니다. 날은 점점 무더워져 가지만 아이들은 물대야 하나에서 행복한 웃음을 찾습니다. 작년 정선에서의 날들이 이젠 기억에서 점점 가물가물해지네요. 산에서 내려온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결코 잊을 수 없을 아픔의 기억들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도 듭니다. 강원도의 거대한 산 틈에 있다가 북한산을 오랜만에 보니 작은 동산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어느 날 한밤중에도 끊임없이 들리는 차 소리가 어색하기만 했던 그 순간들도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되어갑니다. 내게는
'간혹 아기 이가 나오면서부터 부서진다고 치과를 방문하는 엄마들이 있다.사실 대부분은 충치로 인해 치아가 깨져나가는 현상인데 이를 말해주면 당황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두 돌이 채 안 된 아기에게 신경치료까지 요하는 상황이 되면 엄마도 의사도 안타깝다. 이처럼 유아기에 생기는 대표적인 충치로 우유병 우식증이 있다. 우유병 우식증은 입안에 모유 분유 우유나 주스 등을 오래 물고 있는 아기에게 생기는 심한 충치로 진행속도가 빠르다. 아기를 재우기 위해 밤중 수유를 하거나 젖병을 물린 채로 재우는 것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