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등은 더욱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건조한 겨울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물이 말라 눈알이 시리고 뻑뻑하고 충혈되기까지 합니다. 어떤 분들은 밖에 나가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고 불편해하십니다.대조동에 사시는 68세 김 모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평소 집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밖에만 나가면 눈물이 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눈물 나는 증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검사상 눈물이 부족하고 눈물이 잘 유지되
2011. 11. 1~2밤부터 으슬으슬 춥고 재채기 콧물에 머리가 구석구석 아파 목도리 파카를 입고 집안에 있게 되었다. 아이들 끼니만 간신히 챙겨주고 틈날 때마다 이불에 들어가 끙끙. 오전에는 그럭저럭 잘 놀던 아이들이 밖에 나가자 한다. 바람도 쐬고 햇볕도 쐬자 한다. 영우가 “현우야 엄마 아프니까 멀리 가지 말고 옥상 가자~” 한다. 아이들 부축을 받으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다. 의자에 앉아 웅크렸던 몸을 펴고 얼마 남지 않은 가을볕에 몸을 말렸다. 아이들은 자전거와 씽씽카를 타며 금세 땀을 흘렸다. 눈을
그녕이 생일이란다.“그녕이가 제 생일이예요” 한다.“그래 알아 근데?” 하고 묻는 나에게 “아이들이 몰려올 거예요 친구들이 온다고요.” 한다.자기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올 거란다.“설마?” “다 와요 다~” 그녕이의 약간 과장된 표정과 행동.도대체 누가 온다는 거야 했는데 한두 명이 오기 시작하더니 10명~20명 아는 아이들이 다 몰려온 것 같다.“아니? 이 아이들은 뭐야?”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뭐할 건데?”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누가 신고했는지 순찰차가 온다. 정
‘밤 따다 떨어진’ 환자인지 구별할 정도가 되었지요. (몸 한구석에 반드시 낙엽을 붙이고 오십니다.)그런데 어째서 하고 많은 과일 중에 ‘감’일까요! 가을 과실 중에 감이 좀 유난히 실하지 않습니까. 가지를 흔들어 떨구면 땅에 떨어지며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조심조심 가지를 잡고 올라가 또옥 따오려고 시도하셨던 분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감나무 가지가 절대 실하지 않다는 겁니다. (감나무로는 왜 튼튼한 가구를 못 만들겠느냔 말이죠.)생각보다 서울엔 감나무가 많았나 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도심에서도
약을 줘야지. 병원에 왔으니 근지러운 데 바르는 약을 줘야할 거 아니야!""할아버지 바르는 약은 안 발라도 돼요. 화장품 가게 들러서 보습로션 사시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몸에 바르세요.""아이구 나는 몸에다 뭐 바르는 거 딱 질색이야. 그런 거 말고 약을 줘.""간지러운 거 나아지게 먹는 약은 처방해드릴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바르는 약은 필요 없어요. 심하면 제가 약을 드리지요. 지금은 보습로션을 약이다 생각하고 바르세요.""보습 로션이 무슨 약이야?""그게 지금은 최고로 좋은 약이예요. 그리고 매일 사우나 가시는 거 하지 마시고
그러곤 다 털어버리자고 하는 모습을 보여 그들의 문화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그날 엄청 맞았다.)마을 김미영 샘과 교수님이 삼겹살 파티를 해주셨다. 그녕인 자기 형에게 마을 어른들이 생일 파티 해준다고 이야기했는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서 송승민 샘 그녕이 손에 케이크 사서 들려 보냈다. (참 우리 별거 다한다)식사 후 아이들이랑 마을에서 인터뷰를 했다.(촬영을 인터뷰 중심으로 하기로 하고 다현 샘 순아 샘 혜철 샘 인터뷰를 지난주에 끝내고 나와 마무리 인터뷰 촬영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2011. 8. 10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영우 노는 소리가 들린다.“김진숙을 지켜내자! 김진숙을 지켜내자!” (조금 있다가) “김진숙 지켜내는 걸 막아라! 김진숙 지켜내는 걸 막아라!” 고개를 돌려보니 장난감이 로보트일 때는 “김진숙을 지켜내자” 경찰차일 때는 “김진숙 지켜내는 걸 막아라” 하면서 놀았다. 누구한테 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김진숙을 지켜내자’는 희망버스에서 애 아빠가 구입한 작은 배지에 쓰인 구호다. 85호 크레인을 로보트로 형상화한 그림과 함께…….2011. 8. 18공룡과 블록으로 공룡
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은 사람은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입학 초기부터 많이 우울해지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던 끝에 급기야 처방받았던 신경정신과 약을 한꺼번에 먹고 응급실에 실려 왔었던 것이죠. 의식도 있고 아주 위험한 상태도 아니었지만 자취방으로 다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지방에 계시는 그 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저와 병원을 소개하고 자녀분이 자살 목적으로 약을 먹고 응급실에 와 있는 상태이며 급하게 입원이 필요할 것 같으니 부모님께서 올라오셔야 하겠다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문자 날리던 중 “대조공원에 있어요.”라는 답문자를 받았다. 퇴근길 대조공원에 들렀다. 낯익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 다가가려 하는데 ‘어?’ 아이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누구니?” “양구 누나랑 같이 있어요.”양구 누나! 바로 말로만 듣던 양구 누나가 저기 있다.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도 싶었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우찌니에게 전화해서 불러냈다.“이리로 와!” 아이를 따로 불러내어 공원 구석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온다. ‘뭐지?’ 경찰 엄
영우 어렸을 때 이야기와 또 하나의 이야기 ‘김진숙 이모’'2011.7.29 아이들 아빠와 현우가 잠들고 영우와 오랜만에 둘이 눕게 되었다.“엄마 나 이 책만 읽고 오랜만에 자기 전에 옛날이야기 해줘!” 한다.“옛날이야기? 뭐가 있을까?”하자 “음 하나는 나 어렸을 때 이야기 하나는 다른 이야기. 두 개 해줘”하며 읽던 책에 눈을 돌린다. 빨래를 널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다. 영우가 좋아하는 어릴 때 이야기랑 하나는 음...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책을 덮고 “엄마 이야
요즘은 여름철 감기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특히 휴가철 직후에 흔한 이유는 휴가 때 너무 놀았던 관계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의외로 ‘냉방병’이신 분들도 많습니다.‘냉방병’이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지만 신체기능이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게 순응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차가운 한냉환경을 오랫동안 지속시켰을 때 발생되는 일종의 신체부적응 증후군입니다. 팥빙수를 급하게 드셔보셨습니까? 머리가 띵 하면서 깨질 것처럼 아픈 순간을 느끼게 되시죠. 심한 냉감에 의해 뇌로 가는 혈관이 급속
5월에서 6월이 되면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한 후 시력이 좋지 않다고 엄마 손잡고 오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검사를 해 보면 많은 아이들이 멀리 있는 것은 잘 안 보이고 가까이 있는 사물이 잘 보이는 근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촌동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인 강 모양은 학교에서 검진 후 시력이 떨어졌다고 내원하였습니다. 1년 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했을 때에는 시력이 좋았었는데 갑자기 떨어졌다고 이상하다고 하였습니다. 직접 아이에게 물어보니 최근 칠판이 잘 안 보였다고 하네요. 또 약 6개월 전부터 휴대폰을 가지고 게임을 많이 하
나의 잔소리가 늘은 건가.2011. 6. 1목욕 후에 잠자리에서 책을 보고 있는 영우에게 “영우야 이제 잠 잘 시간이야.”“……”조금 있다가 “책 그만 보고 자자.”“……”한참 후에 “영우야 엄마 얘기 들었으면 대답을 해야 알지 대답 안 하면 계속 말하게 돼.”“……”책에서 잠깐 눈을 떼고 “엄마 내가 대답 안 하는 이유는 책에 빠져서 안 들리거나 엄마 얘기가 귀찮거나. 이 두 가지야.”‘귀찮다…… 그렇구나. 영우는 이제 엄마가 조금씩 귀찮을 나이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하고 싶은 것들은 나중에 하라고 얘기하는 나
학교 안 가요!!!”한다.양구가 며칠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단다. “왜?” “ 흡연 땜에 걸렸는데요 그럼 반삭 해야하거든요”“반삭? 그게 그렇게 싫어?” “네”그렇다고 학교를 안 가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냥 학교 그만두고 싶어요. 다니면 뭐해요. 학교 가면 자고 자다가 오고 매 맞고..... 하지만 엄마가 중학교는 졸업하라고 해서 졸업은 하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양구는 머리스타일이 아주 독특했다. 찰랑이는 머릿결에 단발 같은 느낌이다. 아주 잘 어울렸다. 그 스타일 유지도 중요하지만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잘림을 당한다
그 결과에 따라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판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생활습관과 과거력을 모두 고려해야 포괄적이고 개인-맞춤형의 판정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난 진료실에서 꼼꼼하게 이것저것 여쭤보려고 하는데......개인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과 직장에서 단체로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의 태도가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본인이나 가족들의 질환을 하나라도 더 얘기하고 상담 받고 싶어 하는데 직장에서 단체 검진을 오는 분들은 가능하면 숨기려고 한다. 특히 과거 질환력이나 나쁜 생활습관 같은 것들.
윤정이가 서성이고 있다.영우가 유후에게 귓속말을 하자 준서가 “나도” 하면서 귀를 이어댄다. 남자들끼리 속닥댄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내가 “야~ 귓속말 하면 옆에 있는 사람 기분 나쁘다~”하자 뛰어간다. 한순간에 저만치다. 현우랑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데 영우가 엉엉 울며 내려온다. 엄마를 찾으며......“엄마~ 엉 엉 ” (안아주며)“응 영우야” “(손을 내밀며) 윤정이가 돌 던져서 엉.엉.”손등이 부어있다. 안으로 피가 맺힌 채. 아파보였다. “아이고~ 아프겠네.”“아파~~ 엉엉~ 윤정이가 돌 던지고 웃었어! 저번에 나한테 고맙
어떻게 이렇게 좋아지셨지요?”“허허허 그런가요 살이 좀 빠져서 그렇겠지요.”“약을 꾸준히 잘 챙겨서 드셨나 봐요.” 체중을 조금만 줄여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조절이 훨씬 잘 될 것 같았던 환자분이 3개월만에 진료실에 찾아오셨다. 몸무게를 무려 10kg나 줄여서 85kg이 된 상태로! 나는 마구 칭찬해드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아저씨 멋쩍게 웃으시더니“약은 잘 챙겨먹지 못했어요. 사실은 구치소에 갔다 왔거든요.”하신다. 얼마 전 사채 및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구치소에 몇 달 계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제 환자분은 조폭 아저씨인 걸까
“우찌니가 와요” 아이들은 우찌니가 오는 게 좋은가 보다. “그럼 우리 축하 파티를 할까?” “그럼 모두 케이크를 하나씩 사면 어떨까요?” “으윽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그 대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 줄게” “좋아요.” 우찌니는 9월30일 한 달 만에 돌아왔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이다. 짧아진 추리닝 바지에 분홍색 티를 입고 있던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마지막 만남에서 형을 데리고 와 날 당황하게 했던 아이라는 것과.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렸다는 전화가 온 지 2시간이 지나서 나타난 우찌니를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이 아이스
더부룩함이 계속되어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라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종괴를 만져보라며 날씬한 배를 보여주었다.“여기 이렇게 이렇게 있잖아요.”하지만 내가 만졌을 때 아뿔싸 그건 간과 신장(콩팥)이었다.“이건 그냥 간과 신장입니다.”그녀의 놀란 표정.“그래도 만지면 이렇게 아픈걸요.”“원래 간은 만지면 아픕니다. 간 피막에서는 통증이 느껴지거든요.”나는 예전에 촬영했던 그녀의 CT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오목 가슴 때문에 갈비뼈 아래로 꽤 많이 내려온 간과 그 바로 아래 배와 등 사이에 꽉 차 있는 우측 신장 그리고 그 이외에 어떤 종괴
'얼마 전 불광동에 사는 김모씨가 침침하다며 오셨다. 빛 주위에 녹색 또는 주황색 달무리가 보이고 초점 맞추기가 어려워지며 아래쪽 시야에 안 보이는 부분이 생겼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눈이 침침하면 백내장이니까 수술하면 금방 좋아진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야 검사 정밀안저 검사상 신경의 위쪽부분에 손상이 있었다. 녹내장이라고 진단내렸다. 그랬더니 김씨는 백내장과 녹내장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신다. 병명은 비슷하지만 녹내장과 백내장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눈 속의 렌즈인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수술을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