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콘라드 로렌츠 지음 김대웅 옮김 1995년 한 십년 쯤 전 이야기다. 내가 책방을 차리기 전 책하고 전혀 상관없는 컴퓨터 회사에 다닐 때였다. 퇴근 하고 저녁시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어떤 할머니가 침팬지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았다.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 무엇하는 사람인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구나 하면서 그냥 지나쳤을 뿐이다. 그날 나는 회사에서 팀원들끼리 회의를 하다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어떤 직원과 말싸움을 한바탕 벌이고 집으로 왔기 때문에 신경이 뾰족하게 곤두서있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어요 '어느날 나는 아빠가 되었다아마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물리적으로는 혼자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로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이고 여동생의 오빠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손자이고 선생님의 제자이고 삼촌의 조카이고 등등 다양한 내가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때 부모님의 속을 시커멓게 만들었던 불효막심한 아들이었고(지금도 여전히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지 못하지만) 공부라곤 전혀 관심이 없었던 말 안 듣기로 유명한 학생이었고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책 읽고 술 마시고 데모나 하
효형출판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2003년 제주에 갔다. 더 추워지기 전에 제주 오름 두어 개 정도를 올라볼 생각이었다. 제주는 어느 날 화산이 터져 바다에 섬이 생긴 이래로 거기 그렇게 태초부터 있던 모든 것들 때문에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곳이다. 생각해보면 제주는 손을 내밀어 무엇을 주거나 받으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거기서 많은 걸 얻어간다. 제주 바다 제주 바람 제주에 있는 산과 나무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름이다. 지금처럼 올레길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
그렇다고 스테로이드 안 쓰고 가려워하는 아이들을 두고 볼 수도 없고요. ▲ 아토피가 발생한 모습 © 박은미환절기에 아토피를 잘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보습로션입니다. 로션만 잘 발라줘도 스테로이드를 쓰는 양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건조한 피부는 피부층을 이루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탄력이 없어져서 피부 방어막이 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보습로션을 잘 발라서 세포와 세포 사이의 탄력이 생기고 피부 방어막이 유지되면 아토피를 일으키는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면역력도 자연히 높아지게 된답니다. 1. 어떤 로션을
“우리는 몽유병자들의 나라를 만들었다. 세상의 문제를 둘러보며 그것이 없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해도 문제는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러면 우리는 결국 일종의 도덕적 환상에 빠져든다.”(19쪽) 얼마 전 읽은 책 (동녘 2012년 이하 ‘꼼꼼한 안내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도덕적 환상’이라는 말에 마치 내 벗은 몸을 들킨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내가 지금껏 했던 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천천히 끄집어내 공책 위에 적어보았다. 했던 일은 많지 않고 하고 있
세상에 영화는 많습니다. 그 중에는 음악 영화도 많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음악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나 같은 영화가 오랫동안 음악 영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장르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천에서는 매년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릴 정도입니다. 음악 영화는 실제 음악가나 극 중에서 음악을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극적인 재미와 음악적인 감동을 함께 전해주곤 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영화보다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두개의 문'그 겨울은 몹시 추웠다. 용산 남일당 옥상에서 철거민 5명과 진압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2009년 1월 20일도 내가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한겨레 경향 신문을 거리에서 무상 배포하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 활동을 녹번역에서 시작하던 21일도 혹한이었다. 캄캄한 겨울 새벽에 간이 테이블에 펼쳐놓은 신문 1면은 불타는 망루 사진으로 델 것처럼 붉었다. 얼어붙은 입으로 “신문 가져가셔요.”라고 웅얼거리며 곱은 손으로 신문을 집어주면서 가슴 속에선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국민을 이렇게 죽게 하는 게 국가인가 내가 대체 어떤 나라에
2009년 아이들을 처음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영이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제가 스스로 풀었어요.”하며 최고의 성적이라고 4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왔다. 다른 아이들이 시험지를 보지 않은 채 답안지에 1번 3번 4번 중 하나를 대충 골라 내리쓰고 잠을 청하는 것에 비해 시험지를 읽고 풀었다는 영이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했고 오토바이며 축구며 그 아이를 유혹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가정 여건도 되지
집에서 혼자 듣는 것도 좋지만 라이브 콘서트로 듣는 건 확실히 다릅니다. 단순히 가까이서 음악을 듣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음질로 따지자면 레코딩을 거친 음반이나 음원이 훨씬 낫겠지만 라이브 콘서트에는 레코딩으로 감추거나 만들어 낼 수 없는 현장감이 있고 뮤지션의 진면목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연주와 노래가 펼쳐지는 라이브 콘서트는 뮤지션의 음악적 실체를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연주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뮤지션이라면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가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데 이어 일왕이 과거 문제에 대해서 사과하라고 말한 것이 거의 매일 뉴스에 나온다. 기다렸다는 듯 일본은 즉시 반발했고 노다 총리는 우리나라에 항의 내용이 담긴 외교문서를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범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일본에서 온 문서를 개봉하지 않은 채로 돌려보내는 등 강하게 대처했다. 일본 외무성에 우리 외교관이 찾아가서 이 서신을 직접 되돌려 주려고하자 경비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모습이 뉴스에 여러 번 나왔다. 정부는 서신을 직접 돌려주지 못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 일하는 일꾼입니다. 말 그대로 여긴 헌책방이지요. 주로 중고 책을 사고파는 일을 합니다. 오늘 저는 이 뜨거운 여름을 확실하게 날려버릴 만한 비밀 방법 하나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책 읽기’입니다. 어딜 가든지 더운 요즘 같은 날씨에 책 읽기 만큼 확실한 피서가 없습니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라고요? 물론 그렇습니다. 책 읽기는 예로부터 돈 적게 들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그걸 실행에 옮긴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여름
배고파~ 밥 줘~”하는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이 넘게 잤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일어날 힘도 없고 머리가 계속 아파 “얘들아 엄마가 아파서 그러는데 밥 있으니까 차려 먹어~”했다. 잠시 후 영우가 밥솥을 열어보고 “엄마 밥이 별로 없어.”한다. 난 “그래? 그럼 그것만 먹든지 너네가 밥해서 먹든지 해.”하고 혹시나 하는 맘으로 말을 던졌다. 그러자 영우가 “그래!”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밥 준비를 한다. “정말 하게?”했더니 “응! 나 해본적 있잖아”하면서 항아리를 열어 쌀을 퍼서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날은 푹푹 찌고 습기 잔뜩 품은 하늘은 언제 빗줄기를 뿌릴지 모르는 이때 집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리느니 냉방 잘 된 극장에서 재미있는 영화 한편 보면 어떨까? 그래서 엄마들과 아이들 모아 같이 볼 영화를 찾아봤다.아이들 데리고 움직일 엄마들을 배려해서 가까운 동네극장을 찾으니 포스터도 얌전한 영화 한편이 걸려있다. .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가족이 주제 환타스틱한 영화란다.일요일 오전 11시 40분 불광CGV. 영미 씨와 주연 씨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소심한 학부모의 학교운영위이야기-여섯 번째 항상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기 힘들었던 학교운영위원의 활동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번은 그 여섯 번째 순서입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에 배정받고 입학하기 전 아이가 다닐 학교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어떤 선생님들이 계신지 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자랑거리가 있는지 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웬만한 궁금증은 인터넷을 뒤지면 대충은 풀리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배정받은 학교 이름을 검색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내가 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경구피임약을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전문의약품이 된다는 건 현재는 약국에서 사 먹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해진다는 이야기이지요. 약값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지금까지 경구피임약으로 피임을 해오셨던 여성분들이 건강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사실 1970년대 80년대까지 산아제한을 위해 아이를 덜 낳도록 캠페인을 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많이 했던 선전은 "먹는 피임약은 매우 안전하며 효과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만들어 낸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들은 이제 이름을 다 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위대한 탄생(MBC) 나는 가수다(MBC) K팝스타(SBS) 보이스 오브 코리아(Mnet) 불후의 명곡(KBS) 탑밴드(KBS) 슈퍼 디바(tvN)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프로그램 수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영향력도 엄청납니다. 서바이벌을 통과하는 출연자들은 데뷔도 하기 전에 스타가 되고 실력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뮤지션들은 국민 가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들
영상 활동들의 결과로 길마공원에서〈we! 즐!! in 동네 놀이터〉라는 공연도 진행하고 아이들의 노래를 녹음한 CD도 제작했다.후배를 받으면 어때요2012년엔 어떤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다. 영이가 “후배를 받으면 어떨까요?” 한다 “뭐 후배를 받아?” 했더니 “후배들과 여행을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글구 후배 중에 노래 잘하는 아이를 노래팀에 합류시켜 노래팀을 보강하면 좋잖아요.” 한다.사실 작공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20여명으로 고정되면서 활동비와 식비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작공의 공간이 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
딱지판에서 열심히 팔을 휘두르던 영우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 딱지를 따서 콧노래를 부르는 영우와 그 옆에서 딱지 하나 얻고 기분 좋은 현우를 보며 언제쯤 딱지유행이 지나갈까 생각할 때였다.옆에서 걷던 영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 나 말할 거 있어. 나 오늘 학교에서 욕했다! 어우 속이 다 시원해~”한다. 생각지 못한 말인데 정말 기분 좋게 말하는 영우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속이 다 시원했어?”하자 “응! 그 동안 못했던 욕을 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한다. 내가 “뭐 화나는 일 있었나?”하자 웃으며 “아니”한다. 연이어 “누
아니 같이 볼 영화 한 편을 고르는 것은 어렵다.이번 영화는 함께 이야기 나눌 것이 있는가에 기준을 두어 골랐다.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 예고편을 보니 고양이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 같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겠다 싶었다. 일요일 오후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다섯 명이 모였다. 여자 넷 남자 한 명. 예매를 안 한 탓에 맨 앞자리를 매진 직전에 겨우 차지할 수 있었다. 소피와 제이슨은 동거 4년차의 연인. 동물보호소에서 아픈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는데 치료가 덜
항상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기 힘들었던 학교운영위원의 활동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번은 그 다섯 번째 순서입니다. 제한된 시간은 이십 분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와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들여다본다. 종이에는 열 가지의 질문이 들어있고 이제 심사위원들을 향해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교사들이 교재연구와 학습자료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인성교육과 학력중심 교육은 두 개의 큰 기둥으로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 16명의 심사위원들은 숨을 죽인 채 심사표와 지원자를 번갈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