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행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에서 승차정원은 사치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승차정원을 훨씬 넘긴 사람들이 차 안에 다닥다닥 붙어서 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잠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잠비아의 버스는 주로 12인승 차량인데 운전기사와 돈 받는 사람까지 합쳐 총 3명의 직원이 이미 탑승해 있다. 그런 다음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손님을 태우는 것이 잠비아의 버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태우던지 엉덩이가 꽉 끼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었다. 잠비아의 버스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호객행위도 마다
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초딩에서 고딩까지 아이들을 티브이 앞으로 불러 모았다는 드라마. 아이들은 감추고 어른들은 모른다는 를 뒤늦게 챙겨보던 밤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다 날밤을 새고 말았다. 내 아이들이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방황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선생님들에게는 관리 대상이었을 녀석들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단이 주먹밖에 없었을 녀석들 때문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동시에 녀석들에게 삥을 뜯기고 얻어맞았을 다른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잘난 내 아이들은 어쨌거나 소위 말
“쎈 영화니까 좀 쎈 분들이 오셔야 할 걸요.”이 영화를 보겠다고 했을 때 아트하우스 모모의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을 안다고 자부할 만한 성숙한 언니들이 극장에 모였다. 과연 영화는 파격적이었다. 여느 영화라면 모자이크 처리했을 신체 부위가 그대로 등장한다. 포르노에나 나옴직한 장면도 길게 흐른다. 하지만 조금도 야하지 않다.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힌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깊은 슬픔의 심연으로 끌려 내려간다. 세련된 뉴요커이며 능력 있는 직장인 브랜든은 삶의 공허를 섹스로 견디는 섹스 중독자. 그의 성생
대중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현실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분단과 한국 전쟁을 거쳤을 때 얼마나 많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고 또 금기시되었던가요? 하지만 대중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단지 사회적 현실만은 아닙니다. 지역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중음악은 영미권에서 만들어낸 음악 장르로 통일되기는 했지만 지역마다 다른 토착 음악 양식이 있고 그 양식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별과 연령도 영향을 미칩니다. 세대와 성별마다 세계관과 취향, 욕망,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
abc 알파벳 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교과서 영어를 읽고 해석한다. 이젠 내가 모르는 영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학교 밖 아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마다 흥분한다. 그들은 10분 수업동안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여전히 10분 수업하고 20분 쉬는 수업을 하고 있지만 도서관 한 귀퉁이에 있는 프로그램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치기엔 작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2011년 역촌시장의 6평 공간이 생겼을 때 난 흥분했었다. 도서관에서 거친 말과 행동 때문에 더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4월 잠비아는 점점 추워지고 있다. 아침에 찬바람에 놀라 눈을 뜰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벌써부터 춥다고 이야기 하면 안 된다는 다른 이들의 말에 두꺼운 옷을 거의 가져오지 않은 나는 어떻게 이 추위를 견뎌나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추위로 인해 걱정을 하게 될 것이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그러고 보면 정말 잠비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심지어 나는 이곳에 오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아프리카에 잠비아란 이름을 가진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었다. 잠비아에 대해 간단히 정보를 모으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된 단어는 ‘에
겨울 내 느려졌던 몸의 속도가 빨라지는데서 오는 고달픔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피로감은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기도 합니다.비타민D가 부족하면 대사증후군에 잘 걸리고 치명적인 암의 발병률도 높고 자가면역질환에도 잘 이환된다고 합니다. 소아에서는 성장부진이 나타나기도 하고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생기기도 하지요.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고요.문제는 이 비타민D가 식품으로 섭취하기 상당히 힘든 영양분이라는 데 있습니다. 비타민D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고등어나 계란으로도 반찬으로 먹어서는 비타민D 일일권장량을 채우기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다시 완만한 숲길을 걷기를 반복했다. 약수터가 가까울 무렵 조금 위험해 보이는 능선을 걸을 때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대신 부산 시내 대부분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만큼은 최고였다. 집에 물이 떨어진다 싶으면 올라야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다녀왔다. 약수터에는 돌로 만든 역기가 있어 일부러 역기를 들어보기 위해 산을 오르기도 했다. 그땐 산을 오르는 일이 재미있었다. 집에 물이 남아돌아도 굳이 빈 병을 만들어서 약수터를 향하곤 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꼭
©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목련 벚꽃 진달래 개나리...봄의 전령들이 만개하고 있다. 어릴 적 이맘때면 진달래를 동네 친구들과 참 많이도 따먹었다. 산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보이는 대로 따먹고 집어 먹기도 했으니 진달래는 그 중 하나였다. 요즘에는 이 계절이면 진달래를 마치 통과의례처럼 화전으로 해먹는다. 사실 봄을 우아하게 만끽하는 데는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도 싶다. 그런데 이왕 해먹는 것 코팅 프라이팬 대신 우리 할머니들이 사용하셨던 무쇠 팬 번철에 하는 건 어떨까? 무쇠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할머니
더운 여름날이었다. 해가 뜨거웠고 가는 곳마다 열기에 지친 사람들이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나 역시 그랬다. 특히나 집은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언덕 하나를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였다. 깎아지른 듯한 비탈길에도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은 볼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이 길을 오르는 일은 등산하는 것과 비슷했다. 언덕 끝에 다다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가 나타나면 비로소 평지였다. 그리고 구멍가게 건너편에 있는 낮은 담벼락 아래에는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나와 앉
잠비아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이제는 이곳 사람들의 특유한 냄새와 바퀴벌레를 스스로 잡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많이 적응을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나의 진을 빼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개미집이다. 이곳에 도착하고 방에 들어섰을 때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갈색 띠를 보았을 때 궁금하기는 했지만 무심히 지나갔다. 그러다 깜깜한 밤에 손을 잘못 짚어 갈색 띠를 조금씩 끊어 먹곤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음 날 일어나보면 다시 갈색 띠가 이어져 있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신기해서 다른 이들에게 물어봤는데 개
페인트 같은 인테리어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는데 이참에 나의 한지 사랑을 소개하고 싶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았던 나는 문살에 붙여있던 창호지를 잊을 수 없다. 정갈함이 가득한 하얀 종이 한 쪽 귀퉁이에 엇갈려 붙여 놓은 분홍빛 코스모스 두 장까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하지만 한지는 ‘한옥에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서 잊고 지냈다. 그러다 이사를 하면서 ‘친환경 벽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문득 한지가 생각났다. 닥나무 껍질과 닥풀로 만든 한지야말로 진정한 친환경 벽지가 아니던가? 방온과 방
내뱉는 말보단 입안에 머금었다 도로 삼키는 말이 더 많을 때 등등. 이제 잘 늙는 걸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된 동네 사람들과 노년의 삶과 열정을 다룬 영화 을 보았다. 살림의료생협의 조합원 풀씨 피오 갈색둥지. 나 또한 조합원이고 우리 모두 인생 3악장이 막 시작된 50 전후의 여인들이다.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감독을 하여 화제이기도 한 영화 4중주 또는 4중창이란 뜻의 음악용어이다. 은퇴한 음악가들이 여생을 보내는 비첨하우스가 무대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귀가 호사를 했다.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로 시작하여 시냇
현관문을 여는 소리만 듣고도 나라는 걸 아는가 보다. ▲ 사라 © 김해인Sisters1. 사라 ‘셋’ 중 첫째 사라는 우리 집 터줏대감이다. 10살 노견이라지만 밖에 나가면 “애기에요?” 소리 듣는 동안 페이스다. 10년 전 귀여운 강아지를 ‘갖고’ 싶었던 사람 동생 ‘둘’의 합동 떼쓰기 신공에 넘어간 부모님이 동물병원에서 ‘사 온’ 강아지다. 무려 사라동물병원에서 사와서 이름도 사라다. (우리 집도 반려동물 감수성 제로인 때가 있었다.) 귀여운 아기 시츄에 냉랭한 건 나 혼자 뿐이었다. 귀찮게 웬 동물이야 난 반댈세. 썩
나는 학교 바깥 공간 ‘작공’의 영어 선생이다. 작공’은 학교에 마음 붙이지 못한 아이들의 쉼터로 갈현동 갈마공원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뜨거운 청춘들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는 길에 건너는 징검다리랄까? “은평구에 자기 같은 아이들이 있어 와서 한 번 가르쳐봐. 영어 선생이 필요하대.” 두 번을 거절했다. 오랜 외유생활 끝에 돌아왔지만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 것인지 아니면 궤도를 이탈한 자의 그 불안하고도 매혹적인 부유를 계속할 것인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나는 언제 느꼈을까? 체형이 변해 입던 옷이 더 이상 맞지 않을 때 몸이 생각대로 얼른 움직여지지 않을 때 거울 속의 얼굴이 맹한 건지 착해진 건지 헷갈릴 때 내뱉는 말보단 입안에 머금었다 도로 삼키는 말이 더 많을 때 등등.이제 잘 늙는 걸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된 동네 사람들과 노년의 삶과 열정을 다룬 영화 을 보았다. 살림의료생협의 조합원 풀씨 피오 갈색둥지. 나 또한 조합원이고 우리 모두 인생 3악장이 막 시작된 50 전후의 여인들이다.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감독을 하여 화제이기도 한
어쩌다 강의를 할 때면 항상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냐는 질문입니다. 대중음악의견가이니까 좋은 음악을 많이 알고, 음악에 대한 기준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늘상 같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자, 그럼 제 의견을 말씀 드리기 전에 같이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일까요? 우리는 흔히 듣는 사람이 들어서 좋은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합니다. 그럼 듣는 사람이 들어서 좋은 음악은 모두 좋은 음악일까요? 어떤 사람에게는 요즘 거미의 이 좋은 음악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불 목화솜 어릴 때 우리 집은 버스에서 내려 20여 분을 걸어가야 했다. 추운 겨울에는 모자 목도리 마스크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해도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집 주변이 온통 논과 밭뿐인 허허벌판이라 바람도 매서웠고 그때는 눈도 참 많이 자주도 내렸다. 겨울에는 유난히도 집으로 가는 길이 구만리처럼 길게만 느껴졌는데 그 작은 몸으로 세찬 바람을 가르며 겨우 집에 도착하면 할머니 방으로 뛰어들어가 아랫목에 발부터 집어넣곤 했다. 방 안의 온기와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가족들 덕에 얼었던 몸이 서서히 녹으면서 긴장도 풀렸다. 그런데 이불
"등산만 오면 콧물이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콧물이 줄줄 나는 경우에 "만성 비염"이라고 진단하게 됩니다. 만성 비염의 대표주자는 알레르기 비염입니다만 오늘 제가 말씀드릴 비염은 "혈관운동성 비염"입니다. 우리의 코 점막에는 다양한 혈관들이 있고 이 혈관들은 수시로 수축하고 확장하여 코 안의 상태를 조절하게 됩니다. 혈관운동성 비염은 이 혈관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약간 과민해진 상태로 코 점막이 자극에 노출되면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목 뒤로 콧물이 타고 내려가 기침을 하는 증상이 나타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