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겨울왕국]을 보고 왔다. “있잖아. 어 동생 여왕과 언니 여왕이 있었는데.” 딸기가 앞서 나에게 뭔가 말을 했고 뒤이어 당근이 더 길게 설명했다. 당근은 동생 여왕이 얼어붙은 장면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울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즈니에서 만든 이 영화가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고 특히 주제곡인 ‘렛잇고’가 좋다는 말도 들었다. 전곡을 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일부 구절은 라디오로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보지 못했고 그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두 녀석의 말이 잘 연결이 되지 않았
“이 세상에 새것이란 없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새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그것은 오래 전부터 있던 것 우리보다 앞서 있던 것이다.” 전도서 1장 10절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 쯤일까 언제 쯤일까… 네 송창식의 ‘한번쯤’이라는 노래이지요. 어쩌면별들이 우리에게 부르고 있음직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깜깜한 밤 하늘을 보다 문득 마주치게 되는 찬란하고 광활한 우주의 신비 앞에서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지 않아요? 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든 기울이지
진료실에서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항생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얘기는 언제나 약간의 긴장을 일으킵니다. 특히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지식을 알고 계시는 부모님인 경우 더 그렇습니다.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율을 심사보험평가원에서 모니터링하여 사이트에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일반인들과 의료인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고 항생제 처방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으로 “항생제 덜 쓰는 의원이 좋은 의원”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이 자리하여 오히려 항생제를
지난 12월 27일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프로그램인 EBS Space 공감의 공연 축소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주 5일간 공연을 하고 그 공연들을 매주 두 번씩 방송 해왔는데 앞으로는 공연 횟수를 매주 2번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연 횟수만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담당 PD의 숫자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감의 제작진들만이 아니라 EBS 노동조합과 뮤지션, 음악팬들이 다함께 반발했다.그것은 사측의 축소 조치가 제작진과의 협의를 명문화하고 있는 공
그리고 “건강”과 “행복” 등과 같은 단어들을 가장 많이 말하였고 들었을 것이다. 새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말(言)은 주어진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자주 반복되는 것이 있다.대학교에서 한 학기를 시작하는 첫 시간에는 학생들과 함께 통계와 통계학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왜 우리는 통계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통계학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을 넘어 객관적인 결론에 이르는 중요한 도구이자 수단이라는 말에 쉽게 동의를 하지 않던 학생들도 실제 생활에 사용되는 통계적인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나는 마치 넋이 나간 듯 딸기를 쳐다보곤 했다. 마법에 빠진 건 바로 나였다. 딸기와 당근이 걸어놓은 마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아기는 마법사다.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에게 마법을 건다. 상대를 유혹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마법 말이다. 딸기가 태어났을 때 아내와 나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했다. 딸기가 우리에게 자기만 바라보도록 눈에 콩깍지를 씌운 거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온종일 아기만 바라보고 배실 배실 웃기만 할 수 있나? 당근도 마찬가지였다. 당근은 엄마 아빠뿐 아니라 언니인 딸기에게도 마법을 걸어버린
12월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로 인해 축제 분위기이다. 기독교 국가인 잠비아는 부활절(Ester Holiday)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그래서인지 잠비아는 10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이 되고 가는 곳곳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가득하고 길거리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3일간의 마을을 돌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다음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현지인 친구 집에 방문을 하였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음식들을 사서 간 친구 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족공동체로 살아
은평시민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인사드립니다. 2014년 올해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는 한 해 되시길 빕니다. 여러분들도 새해를 맞아 소망을 기원하고 서로에게 복을 나누는 인사로 첫 날을 시작하셨겠지요. 어쩌면 현실의 삶이 답답해서 새해 바람이 더 간절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평시민신문으로부터 올해부터 노동상담 사례를 지면에 담으면 어떻겠냐는 요청을 받으면서 그동안 상담한 사례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이번 기고문은 첫 연재이기에 그동안 은평에서 노동상담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를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1970년 전태일 열사의
한 해의 한국 대중음악을 어떻게 A4 한 장 분량의 원고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올해 한국 음악의 이슈 하나만을 분석하기 위해서도 서너 페이지의 글이 필요하고 출시된 국내 음반들 가운데 의미 있는 음반들만 이야기해도 지면이 부족할 판이다. 그럼에도 눈에 보였던 흐름을 되짚어 보고 귀에 오래 맴도는 소리들을 떠올려 보는 일은 한 해가 저물 무렵에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수확을 다시 가늠하고 눈맞춤하는 기쁨이 어찌 스스로 농사짓는 이 만의 것일까.올 상반기는 단연 조용필의 시간이었다. 10년 만에 내놓은 새
어떤 질병을 진단받으면 환자분들은 이게 도대체 왜 나에게 생겼을까 궁금하기 마련입니다. 갑상선암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으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가족력이나 동반질환의 가능성이 없다면 저는 “방사선 때문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모두들 의아해하시죠. "저는 방사선을 많이 쬔 일이 없는데요?"구체적인 기억 속에 방사선을 쬔 일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1986년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선에 이미 노출되었습니다.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때문입니다. 왜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갑상선암이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눈물이 쏟아진다.택이가 어깨에 손 올리며 “힘들었어요? 얼굴표정이 안 좋은데요”하는 한마디에 난 촬영 내내 불편했던 마음이 눈물로 쏟아졌다. “울지마요” 한마디하고는 밖으로 나가 후배와 친구들한테 소리친다. “너네 어떻게 했길래 .....”‘뭐가 슬프지? 왜 눈물이 나지?’ 하는 생각 속에 한참을 울고 나니 아이들은 어색해진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인지 과도하게 소리를 질러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지도 않고 잘못했다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어색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눈치를 본다.아이들 앞에서 난 운다. 5년 동안 아이
▲ 딸기와 당근이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고 있다 © 김원국지난주까지는 분명 가을이었건만 이번 주엔 갑자기 한겨울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신기한 날씨를 목격했다. “눈이다!” 소리에 창밖을 보았더니 마치 봄에 꽃가루가 날리듯 아주 작은 눈이 바람에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무슨 눈이야? 먼지 날리는 것만도 못하구만! 누군가 투덜거렸다. 눈이 오면 아이들이 오가는 길에 미끄러질까 봐 걱정인데 이 정도라면 땅에 내리기도 전에 녹아버리겠다 싶었다.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에 깜짝 놀
▲무한도전 가요제에 선보인 아가씨(I got C) 올해 상반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조용필의 복귀였다면 하반기의 최고 이슈는 표절인 것 같습니다. 표절 논란은 매년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올 하반기는 그만큼 표절 논란이 많았습니다. 올해 7월 로이킴의 ‘봄봄봄’으로 시작된 표절 논란은 아이유(IU)의 ‘분홍신’과 박지윤의 ‘미스테리’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가요제에서 선보인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곡 ‘아가씨(I Got C)’마저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표절 논란은 완전히 불타올랐습니다.
1분만 밖에 서있어도 온 몸의 기운이 빨려나가는 10월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잠비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은 Independence Day가 있다. 지난 광복절에 한글학교 아이들과 태극기를 그려서 그런지 곳곳에 붙어있는 잠비아의 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잠비아의 국기는 4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놀랐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사실 난 태극기가 가진 의미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걸 뜻하는 것이다. 잠비아 국기의 바탕색인 초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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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딱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이를테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거랄 지 그럼에도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거랄 지 타인의 아픈 상처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랄 지….우리 청춘 공화국 ‘작공’에서는 특히 마지막이 그렇다. 인생의 여러 맛 중에서도 특히나 쌉싸름한 대목을 일찍이 맛본 청춘들인지라 난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이 녀석들에게 직구를 던져야 할 지 변화구를 던져야 할 지 아니면 포볼로 내 보내야 할 지 남 몰래 망설인 적이 많았다. 물론 굽이굽이
정말 답답한 날들입니다. 밀양에서, 강정에서, 대한문에서 그리고 곳곳의 장기투쟁사업장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 때문만이 아닙니다. 공정해야 할 국가기관에서 어느 한 편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인터넷과 SNS를 활용해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수사도 못하고 제대로 처벌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이건 선거도 아니고 나라도 아닙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서도 안되고 상대편 후보를 비방해서도 안된다는 민주공화국의 약속이 깨어졌는데도 해당 기관은 아니라고만 하거나 그게 뭐가 문제냐고 적반하장식
체한 것 같다며 진료실을 방문하신 할머니께 "2~3끼 정도는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드시지 않고 굶으셔야 합니다" 말씀 드렸드니 옆에 계신 따님이 대번에 펄쩍 뛰십니다. 어떻게 아무 것도 안 먹을 수 있냐며 뭐라도 조금씩 드셔야 회복되시는 게 아니냐 하시네요.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을 쉬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런 음식을 드셔서는 안 된다고 설명 드리고 굶는 게 힘드시면 수액(링겔)을 맞고 가시라고 대안을 제시하니 그제서야 굶기로 합의를 하셨습니다.속쓰림이나 소화불량 체하는 것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겪는 증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김광석의 ‘나의 노???들을 때 그에겐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진짜로! 노래가 양식이 희망이 된 사람들이 있다.벤다 빌릴리 밴드. 이들은 노래말고는 정말 가진 것이 없다. 아프리카 콩고의 흑인이며 가난한 데다 장애인이다. 밴드 멤버 중 몸이 성한 사람이라곤 거리의 아이인 소년 둘뿐. 폼나는 전동 휠체어도 아니고 손으로 페달을 돌려 움직이는 세바퀴 휠체어에 앉아 쓰레기장에서 주운 듯한 흠집 투성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다. 초라한 행색의 밴드지만 이들이 부르는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