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공으로의 첫 출근 날이었다. 동료 선생님들이 오시기 전, 첫 출근의 긴장감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작공의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한 친구가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 당황했다.“누구세요? 정하쌤은요? 보성쌤은요?”“쌤들은 지금 오고 계셔요. 나는 오늘 첫 출근한 작공 교사에요.”“작공 쌤이라고요?”내 대답을 들은 그 친구는 곧 사라졌다. 얼마 후, 동료 선생님들께서 출근하시자 곧 그 친구도 다시 나타났다.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왔다고 했다. ‘나하고 단둘이 있기 어색했구나..’ 그것이 작공 막둥이 로빈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의문을 갖는 주제가 있습니다. 매년 산재로 인해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왜 정작 언론 보도가 되는 케이스는 몇 건 없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슈가 된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아졌다지만, 대다수의 보도는 사고 소식을 알리는 짤막한 단신에 그칠 뿐입니다.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산업재해가 발생했는지, 재해의 원인과 내용을 밝히는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0월 13일 새벽 배송 중 쓰러져 사망한 쿠팡 하청업체 택배노동자에 대한
부동산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집주인’, 임차인은 ‘세입자’이다. 주인과 객의 관계라는 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들 간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은 임차인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전세사기 대란 이후, 임차인은 약자이자 피해자라는 점이 더욱 강조되면서 ‘악성 임대인’들로부터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임대차계약 체결 시 임대인의 정보 제시 의무가 신설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정보공개 운동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분명 공개해야 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공개 범위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좁히는 경우입니다. 더욱이,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불복절차를 통해 공개해야 함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공개를 지연하는 사례 역시 빈번합니다. 2023년 4월, 대법원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검찰은 한번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은 판결이 내려진지 반년이 다 되어
#1.“여보, 지난번에 아버지 용돈 드리라고 했는데, 왜 안 드렸어요?”“드렸는데, 왜요?”“아버지가 안 받으셨다잖아요. 그 돈, 몇 푼 한다고 안 드려요?”#2.“여보, 왜 어머니 밥을 안 차려드렸어요?”“차려드렸는데, 왜요?”“어머니가 식사 안하셨다는데. 당신 바쁜 건 알지만 밥은 챙겨드려야지요.”#3.“당신, 어머니하고 싸웠어요?”“아니오, 왜요?”“어머님이 당신이 욕하고 때렸다는데? 꼬집기도 하고. 당신이 참아야지 어른한테 똑같이 대들면 어떻게 해요.” 어째 드라마에서 본 듯한 상황들입니다. 이번에는, 아래에 나열된 단어들을
개인회생 절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자가 채무변제를 할 수 없을 때,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최선을 다하여 일정기간 동안 채무를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감면해주는 제도이다.매월 납부하는 변제금액은 소득에서 생계비 등을 제외하여 결정되고 기간은 36개월 동안 변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이는 채무자가 성실하게 변제금을 납부하여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을 열어주지만,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채무변제를 해야 하므로, 사정에 변수가 생기는 채무자는 중간에 변제금 납부를 하지 못하여 회생결정이 폐지되는 경우도 있어 쉽지 않은 일이다. 1. 전세사기,
“헬리코박터균 양성이라서 치료를 하셔야 한다네요.”건강검진 결과지를 가지고 와서 상담을 받고자 하는 환자분께 이렇게 알려드렸더니 환자분이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헬리코박터균 양성이요? 양성이면 좋은 거죠?”“아, 아니에요. 이건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계시다는 의미예요. 있다는 의미의 양성이에요.”“악성 아니고 양성이니까 좋은 거 아니에요?”“이 양성은 있다 없다 할 때의 양성과 음성 중에서 양성이에요. 균이 위에 살고 있다는 의미니까 좋은 건 아니에요. 이 균이 있으면 위암이 확실히 많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청소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면접을 보러 작공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소년 도서관이라고 했는데 익숙한 도서관의 분위기가 아니었다.홀에는 10명 남짓의 청소년들이 제각각 이야기를 하느라 왁자지껄했고 그 와중에 들리는 각종 비속어들이 내 귀를 때렸다. 홀 한쪽의 주방도 북적거렸는데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흥분돼 있었다. 벽면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만이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했다.본능적으로 내 머릿속에는 ‘청소년 도서관’의 ‘도서관’이 지워지고 ‘청소년’만이
정보공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알권리'가 적용되는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대중의 알권리'라는 핑계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경찰이 아직 공개 하지도 않은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보도하는 뉴스,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사고 피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인터넷 언론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을 주장하더라도, 본질은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속보 경쟁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알권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디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말이 몇 년째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가 아닌 변호사의 관점에서, 교권 침해나 교권 추락과 같은 단어들은 지금의 현실을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반적으로 교권은 ‘교원의 교육할 권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교권’ 침해이기 이전에 ‘인권’의 침해이다. 교사들의 인권이 먼저 보장된 이후에 비로소 교권의 회복을 논해야 한다.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응 방법의 마련
과거 지역주택조합은 시세대비 10~20%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수많은 무주택자들이 가입한 정비사업방식 중 하나였으나, 최근 지역주택조합 관련된 소식들은 온통 서민들을 울리는 지역주택조합 관련 비리 기사들 뿐이다.설상가상, 최근 금융권에선 부동산 담보대출(부동산 PF대출)에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타 정비사업에 비하여 더욱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심사하기에 많은 지역주택조합 사업현장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1. 지역주택조합 현 상황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자금 순환구조를 보면 사업 초기, 지역주
몇 년 전 한 검사 출신 법조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고 말했더니 그분은 검사들이 기록을 얼마나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하더군요. 문서들이 노끈으로 묶인 채 지청 건물 복도와 창고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데 이 문서들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기록관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검사 본인이라서 혹시라도 문서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고 전전긍긍했다고 합니다. “검사라면 수많은 문서를 다루는 직업인데 왜 기록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라는 생
조금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얼마 전 ‘간호법 제정’으로 여러 논쟁이 오갔다. 결국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폐기되었다. 이것이 적합하였는지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의료협동조합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입장에서 지역사회에서 ‘간호법’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이 논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간호법이 도대체 뭔데?’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간호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도 이 개념은 상당히 혼재되어 있다. 간호법은 간호의 질 향상, 간호사
최근 “조민 포르쉐 탄다”라고 해서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가세연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허위사실이긴 하지만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도 단순 사인에 불과하기 보다는 공적인물에 해당하여 피해자에 대한 의혹 제기 역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말하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걸까?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공적 관심사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동시에 인간은 자신의 인격적 권리가
최근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 외국인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참사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의료비 등 지원도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국적자 재외동포 고 김인홍씨의 누나 김나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한국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도 한국 국민에 준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장례비와 구호금을 지원한 것에 그쳤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시신을 이송하는 과정에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 절차가 있었음에도 이를 처리해주지도 않았고, 유가족에 대한 심리상담
“그게 최선입니까?”저는 못 봤지만, 이전에 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회사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장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그게 최선이냐고 묻는 것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별로 좋지 않은 물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됩니다. ‘무엇이 최선일까?’이 이야기는, 방문진료를 하는 재택의료센터 얘기입니다. 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분들을 집으로 방문하여 만나다보니 여러 가지 안타까운 상황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물론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분들만 방문진료를
“최종 시험을 치러도 저는 안되나요?”“작년에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너 같은 전과자는 OOO에서 안 받아줘. 살면서 선을 행할 다른 길도 많아. 더 쉬운 길.”한 소년이 간절하게 묻는다. 그 길을 갈 수 없냐고. 기성세대인 우리 중 한 사람이 답한다. 더 쉬운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이 소년이 열망하지만 받아주지 않는 금단의 영역은 어떤 곳일까? 위 대화는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의 한 장면이고, OOO는 다름 아닌 신학교이다.위 대화를 살짝 고쳐본다.“너 같은 문신을 한 자는 OOO에서 안 받아줘.”작공에서는 그림 없는 팔뚝이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고 필자가 실제 거주하는 녹번동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은평구청 역시 상담 창구를 만드는 등 즉각적인 대응을 해 나가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전무하다. 전세사기도 많은 유형이 있지만 필자는 이 중에서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대응강령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확정일자, 전입신고 여부 확인할 것 (우선변제권 확인)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임대차계약 직후
지난 시간 우리 스스로가 번아웃 상태에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고 잠깐 멈춰서야 할 때를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취해져야 할 조치는 건강한 직무 구조와 조직 문화를 갖추는 것입니다. 번아웃 진단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척도(Maslach Burn-out Inventory, MBI)를 만든 크리스티나 매슬랙은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직무영역에서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적절한 업무량, 자율성과 권한, 보수와 인정, 조직 분위기와 동료애, 투명성과 공평함, 일의 가치와 의미 부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주제로 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성별과 세대까지도 넘어선 ‘전국민적인 트라우마’에 가까운 학폭 문제에 학폭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넘어 자신의 경험과 현재까지 계속되는 학교폭력의 사례들을 고발하는 글도 이슈가 된다.작중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은 성한고등학교에서 가해자 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에게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다. 동은은 가해학생들로부터 폭행과 고문 성추행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