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0월 마지막 주로 예정했던 벼 수확을 논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1주일 앞당겼다. 작년에도 그맘때 벼를 벴는데 중생종부터 만생종까지 모두 잘 여물었기에 한꺼번에 수확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벼도 잘 말라 작업이 수월했다. 올해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논도 다르고 날씨도 달랐으니 상황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논에 도착해 논바닥을 살폈다. 너무 젖어있었다. 빨간불 작동! 3주 전인 9월 말, 쓰러진 벼를 세우러 논에 갔다가 물꼬를 열어 물이 빠지도록 조치를 취하고는 왔다. 그래도 3주 만에 다 말랐을지
“일찍부터 어딜 가려고 그리 서두르냐?”“논에.”“지금 논에 뭐 할 일이 있다고 가?”“벼들이 쓰러졌을까 걱정돼서요.”9월 첫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부스럭거리며 외출준비를 서두르는 딸과 엄마의 짧은 대화이다.식사도 거르고 6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한여름 폭염 때는 더위가 영원할 것 같더니 아침 기온이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게 느껴졌다. 일하기에는 좋겠다며 오스스 소름이 돋는 팔을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벌써 논에 가 있다. 운 좋게 태풍 솔릭은 비껴갔지만 그 뒤로 폭우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았기에 더욱 신경 쓰였
지난 6월 웃거름 주고 풀을 잡은 지 5주 만에 다시 논을 찾았다. 논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눈 앞에 펼쳐진 곳이 논인지 초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벼가 많이 자라기는 했지만 벼 사이로 초록의 풀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푹푹 찌는 더위에 사람은 축 늘어져 좀비를 방불케 했건만 풀들은 어찌 그리 기세가 좋은지! 날씨가 덥다고 새벽 댓바람부터 서둘러 논에 도착한 농부 4명은 감히 뭔가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초록으로 뒤덮인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려 했다. 그래 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 얼른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는
모내기 후 1주, ‘뜬모’를 잡다뜬모를 잡으러 갈까 말까 고민 좀 했다. 자리를 못 잡고 있는 뜬모는 보통 모내기하고 1주일 내에 정리를 한다. 날씨는 덥고 몸은 힘드니 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모내기까지 잘 마쳤으니 정착을 했겠지. 이제 절반은 하늘과 땅과 벼의 생명력에 달렸으니 다소 문제가 있어도 강하게 버틸 거야.’라며 가지 않을 핑계를 떠올렸다.그러다 몸보다는 마음이 편한 쪽을 택했다. 뜬모가 없다 해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주고 오면 좋겠다며 일을 줄이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놓지 못한 채 출발했다.모내기한 지 1주째
“못줄 넘어갑니다”.“안돼요. 아직 다 못했어요”“줄 넘길테니 그냥 간격 맞춰 얼른 꽂으세요. 그래야 빨리 끝나요”모내기에 속도를 더하려는 못줄잡이와 모내기 초보가 말을 섞는다.“못줄잡이가 악덕 마름이었네. 좀 살살합시다”“맞아 맞아 악덕 마름. 호호호 깔깔깔”다른 참여자들도 거기에 장단을 맞추면서 논 가운데가 시끌벅적하다.기온도 열정도 펄펄한낮 최고기온이 29도를 기록한 지난 5월 26일, 초여름 더위 속에서 모내기를 했다.참여자는 40명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신청자가 50명을 웃돌았는데 당일 이런저런 사정으로 40명만이 체험에
10여 년 동안 도시농사를 지역에 알리고 보급해 온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이 올해로 3년째 논농사를 짓고 있다. 진정한 밥상 자급은 곡식 없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 종자와 논을 지키고자 논농사를 자속하고 있다. 우리 밥상 위의 쌀 대부분은 고시히카리, 아키바리 등 일본 품종이고. 더구나 작년 논면적은 8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논 지키미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토종벼 농사를 지으며 파주 등 가까운 지역의 쌀과 은평 주민을 연결하는 직거래도 추진하고 있다. 올 한해 이들의 논농사를 따라가 본다.4월7일 :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