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잠시 더위를 피해 동네도서관으로 대피 후 책을 그늘 삼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책장 사이를 기웃거리다 겨울엔 따스하고, 여름엔 시원한 마법의 단어 '시골'이 포함된 에세이 한 권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by 박정미 작가 (출판사 스토리닷) 벌써 7년이나 됐다는 박정미 작가의 시골 생활기를 보면, 내 기억 속 고이 간직했지만, 어느새 흐릿해진 시골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겠다 싶어 집어 들었다.시골 책방 운영자 박정미대구 출신 처자가 연고도 없는 전라북도 순창군에 무작정 내려가 농사짓기
이번 칼럼을 마지막으로 노동상담 코너를 접게 됐습니다. 2017년 9월부터 1달에 1번씩 글을 썼습니다. 잘 읽어주신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지면을 허락해주신 은평시민신문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사건과 상담을 정리하면 되겠지 했는데, 나중에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건과 이슈를 다루게 됐습니다. 비정규직노조에서 일을 했던 것을 계기로 공인노무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딴지 15년이 됐고, 노무법인 소속으로 일을 하기도 했고, 개업을 해서 노무법인을 운영해 보기도 했습니다. 과로사 사건을
부끄럽지만 나는 시집 한 권을 낸 바 있는 시인이다. 그리고 지금도 책방 영업을 하는 틈틈이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시를 쓰고 있다. 수천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서점에 있으면 가뭇없이 시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 그것을 낚아채듯 붙잡아 모니터에 언어의 이미지를 옮기는 것이다. 책장과 서가에 가득 꽂힌 책들을 ‘멍때리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책 안에 갇힌 텍스트들이 나비와 벌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환영이 보이기도 한다. 그 기분이 썩 괜찮다. 지금의 나처럼 시인 중에는 책방을 운영했던 이들이 제법 있다. 특유의 모놀로그적 화법과
여수에서 현장실습생 홍정운군이 사망했다. 수년전 제주 이민호군 사망사고 이후 현장실습생 사망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특성화 고등학교에 현장실습생 관련 점검을 나갔던 기억과 특성화 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다녔던 기억, 그리고 선도기업 선정을 위해 사업장과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 면담을 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이민호군 사망사고 직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서울교육청과 함께 몇몇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일지, 근로계약서 등을 점검하는 일을 했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던지 의외로 서류들은 잘 갖춰져 있었고 학
노무사 일을 하면서 산재법상 산재이외에 공무원재해, 사학연금재해를 다뤄봤고, 어선원재해 관련 상담과 심사 관련한 자료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산재법상 요건, 절차, 보상과 비교하면서 찾아보고, 상담하고, 사건을 진행했었다. 산재법상 산재 보다 다루는 사건의 수도 적고, 주목도도 별로 없어서 많은 부분이 미비하다고 생각했었다. 작년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의 보좌진으로 일하게 됐는데, 상임위원회가 기획재정위원회로 정해졌고, 기획재정위원회에는 통계청이 피감기관으로 있었다. 산재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을
헌책방은 말 그대로 헌책, 중고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런데 ‘상품’으로서의 헌책은 새책과는 달리 공급의 체계가 일정하지도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헌책은 누군가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책을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어떤 식으로든 ‘처분’할 때 발생하는데, 그 동기나 계기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의적이어서 이를 두고 그 누구도 안정적인 공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중고책 시장에서의 ‘공급’은 “요구나 필요에 따라 물품 따위를 제공한는 것”이라는 뜻의 원뜻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 정도가 더 맞을 것이다. 이처럼
요즘 빠지지 않고 본방사수하고 있는 유일한 드라마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다. 의사 친구 5인방의 보기 좋은 우정을 기반으로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삶과 죽음, 탄식과 절규가 어우러져 매회 진한 눈물을 뽑아내고 있다.생의 기억이 투병뿐인 자식을 끝내 잃는 엄마,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딸을 마주하는 부모, 갑작스런 발병에 일생의 꿈이었던 직업을 포기하게 된 청년....... 다양한 아픔의 경로들은 그럼에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희망. 꿈을 잃어도, 딸을 잃어도, 오래도록 잡고 있던 세상의 끈을 놓아도
우리나라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맹률이 가장 낮고 대학 진학률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국토가 좁고 자원은 없으니 믿을 것은 인재뿐이라는 현실적 조건이 교육에 대한 맹목으로 치달은 점이 있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육열은 여전히 우리가 자부해도 좋을 만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높은 교육열은 지식산업 및 출판산업과도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어린이책 출판 시장의
저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용혜인 의원이 처음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임신소식은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을 전하는 것과 별개로 당장의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임기 중 임신/출산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걱정과 보좌진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맞이하는 국정감사를 잘 준비하고 보좌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초기 임신상태에서
책방은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와 텍스트를 독자와 매개해주는 곳이다. 거기서 작가와 독자 사이,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개별적 사연들은 코스모스를 구성하는 뭇별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저마다 책방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지적 체험과 각성을 하는 순간을 만난다. 서가 깊숙한 곳에서 발견하게 된 어떤 책이나 작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혼자만 알게 된 것 같은 비밀을 가슴에 안고 그것을 섬기며 길고 긴 꿈을 꾸기도 한다. 최근에 책방에 찾은 분 중 인상적인 고객이 한 분 있는데, 자신을 전자공학 분야의 엔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매형이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사망한지 채 1달도 되지 않은 때였다. 유족을 직접 만나서 상황을 들어야 한다고 하며, 준비해야할 서류들을 알려줬다. 그리고 그 서류들을 대략 분석을 한 이후에 유족을 만났다. 유족은 아직 배우자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상황이었다.나는 초벌로 받은 서류를 바탕으로 분석한 업무시간과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과 쟁점사항 그리고 과로사 인정기준과 절차를 설명했다. 유족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처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라 판단을 하고, 제시했던 수임료를 조금
고용시장에서의 고학력 청년세대의 소외 현상과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전략적 각성과 맞물려 10여 년 전부터 동네책방 및 독립서점 창업 붐이 불었고,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책방들이 전국 곳곳에 문을 열었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소신을 드러내며 색깔 있는 경영으로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가진 기성서점들에 숨 가쁘게 맞서고 있는 중이다. 개중에는 안타깝게도 경쟁에 밀려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다. 나 역시 낭만적인 작가 또는 독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생존을 다투는 책 생태계의 위태로운 구성원이 됐음을 이제는 부인하고 싶어도 부
지난 5월 15일은 진보를 표방하며 창간된 일간지 한겨레의 33돌이었고 우리 책방 창립 1주년 기념일이었다. 책방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첫돌이라면 유난을 떨며 행사 같은 걸 해도 좋았으련만 코비드 19에 따른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합금지 시책을 충실히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정부에서 자영업자에게 주는 재난 지원금을 받았다는 알량한 채무감이 이러나저러나 당국 시책 정도는 따라줘야 하지 않겠냐는 양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코로나 2차 확산 직전에 책방을 개업한 나는 이후 속수무책으로 영업 부진에 시달려야
이번 달 말이면 용혜인 국회의원실에서 일한지 1년이 된다. 계획한대로 했다기 보다는 닥치는데로 요청이 오는데로 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뭔가를 할 때 진행했던 사건들, 만나서 대화를 나눴던 의뢰인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때 당시의 개선지점을 되짚어본다. 하지만 해야할 것은 많고,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 국회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전북 오리온 공장의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 관련 자료요청을 하다가 직장내괴롭힘에 대한 고용노동부 통계를 받아서 분석해보게 됐다. 택배 과로사 실태를 조사하고 기
겨울 추위가 꽤 매서웠다. 견뎌낼 줄 알았던 만병초가 추위나기를 힘겨워했다.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둘둘 말렸던 상록의 잎들이 결국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졌다. 이제 남아 있는 이파리는 겨우 하나! 안쓰러웠다. 그 이파리마저도 최근 몰아친 비바람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라니,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줄기에 푸른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이나마 광합성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역부족이다.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내 잘못이다. 너무 어린 나무를 겨울 내내 마당에 방치해뒀다.
과로사를 판정하는 민주노총 추천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 그래도 상당히 오래 있었다. 첫 회의에 나갔을 때, 한 사건당 10 페이지 정도되는 요약된 심의안만을 주고 원본을 못 보게 한 것에 항의하여 퇴장을 하기도 했다. 퇴장이후 언론기고로 이 문제를 제기하니 몇 달 후에 제도 개선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 후 찍혀서인지 상당기간 동안 회의참석 요청을 하지 않다가 한 참 지나고 나서야 겨우 제대로 회의참석 요청을 했다. 과로사 사건을 심사하는 어느 날이었다. 대부분의 사건이 경비노동자 사건이라서 경비노동자들의 과
어느 날 한눈에도 고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70대 중반쯤의 노부인이 오셨다. 그분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니 안경 너머 총기어린 눈동자에 지적인 기품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분은 내게 낮고도 또렷한 목소리로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면서 책방을 언제 개업했느냐,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으시는 것이다.거기에 나는 “네, 세상을 배우는 태도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상투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인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란 중년 이후부터 책을 읽는 재미에 푸욱 빠져 살고 있으며 책방 나들이가 중요한
김이설 : 2006년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열세 살]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오늘처럼 고요히], 경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등이 있다. 고요하고 예쁜 사랑을 하던 여자가 돌연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으면서도 3년이 흐른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토록 사랑하는 이를 왜 제 손으로 밀어내야 했을까.아, 모처럼 고른 작품이 연애소설이라니…라며 낙담했으나 그래도 비교적 짧은 분량에 굳이 손에
몇 년 전부터 직장갑질,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이슈화 되었다. 사장의 운전기사부터 간호사, 아파트 경비노동자, 골프장 캐디까지 다종다양한 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가 등장했다. 급기야 직장갑질119 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런 사회적 흐름에서 2019. 1. 15.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고, 2019. 7. 16.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 내용은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 규정을
교양과 지식을 매개하는 문화적 공간이라는 다분히 미화적일 수 있는 수사를 포기하고 말한다면 책방은 영업과 거래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 점포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면서 소비의 욕망을 가진 방문객을 맞이하는 걸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문을 열어둔 가게의 주인인 이상 내게는 내방객을 가려서 받거나 피할 수 있는 방도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업 이후 지난 9개월 간, 코로나라는 된서리를 맞아 책방을 찾는 방문객 숫자는 하루 평균 두 명이 채 안 되었다. 이렇게 쓰고 있는 나조차도 믿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