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로서의 나’는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며칠 전 읽은 기사의 제목이 떠올랐다. “치료 늦어진 암 환자 사망…”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너무 답답했다. 속히 치료를 받고자 애태우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로는 투약이 며칠 늦어져 임종하실 정도의 전신적인 상태에 놓인 환자라면 애초에 항암치료가 아니라 완화치료가 권유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설명들이 진작에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지금
일본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집이나 노인요양시설로 방문하여 진료하는 치과방문진료 (치료, 구강위생, 구강재활)가 건강보험제도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도화되기 전부터 일본에서 방문진료를 하고 계셨던 치과의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왕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치료했던 환자가 와상으로 치과에 올 수 없게 되었어요. 별수 있나요? 제가 갈 수 밖에 없었지요.” 고령화 사회에서 치과방문진료 제도가 도입되는 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틀니 밑에 잇몸이 아파요.” 라고 예약표에 쓰여 있는
70대 후반의 환자에게 보험 틀니와 보험 임플란트를 모두 활용해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이 분은 손 움직임이 편안하지 않아 잇솔질을 정교하게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치과로 3개월에 한 번씩 오시라고 하여 구강위생관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한번 내원을 놓친 후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다시 방문했을 때 풍채가 좋으셨던 분이 너무 여위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기운 없고 어눌한 말투와 움직임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잘 먹지 못해 살이 빠져 틀니가 너무 커졌고 그
#1.“여보, 지난번에 아버지 용돈 드리라고 했는데, 왜 안 드렸어요?”“드렸는데, 왜요?”“아버지가 안 받으셨다잖아요. 그 돈, 몇 푼 한다고 안 드려요?”#2.“여보, 왜 어머니 밥을 안 차려드렸어요?”“차려드렸는데, 왜요?”“어머니가 식사 안하셨다는데. 당신 바쁜 건 알지만 밥은 챙겨드려야지요.”#3.“당신, 어머니하고 싸웠어요?”“아니오, 왜요?”“어머님이 당신이 욕하고 때렸다는데? 꼬집기도 하고. 당신이 참아야지 어른한테 똑같이 대들면 어떻게 해요.” 어째 드라마에서 본 듯한 상황들입니다. 이번에는, 아래에 나열된 단어들을
“헬리코박터균 양성이라서 치료를 하셔야 한다네요.”건강검진 결과지를 가지고 와서 상담을 받고자 하는 환자분께 이렇게 알려드렸더니 환자분이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헬리코박터균 양성이요? 양성이면 좋은 거죠?”“아, 아니에요. 이건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계시다는 의미예요. 있다는 의미의 양성이에요.”“악성 아니고 양성이니까 좋은 거 아니에요?”“이 양성은 있다 없다 할 때의 양성과 음성 중에서 양성이에요. 균이 위에 살고 있다는 의미니까 좋은 건 아니에요. 이 균이 있으면 위암이 확실히 많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조금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얼마 전 ‘간호법 제정’으로 여러 논쟁이 오갔다. 결국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폐기되었다. 이것이 적합하였는지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의료협동조합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입장에서 지역사회에서 ‘간호법’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이 논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간호법이 도대체 뭔데?’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간호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도 이 개념은 상당히 혼재되어 있다. 간호법은 간호의 질 향상, 간호사
“그게 최선입니까?”저는 못 봤지만, 이전에 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회사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장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그게 최선이냐고 묻는 것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별로 좋지 않은 물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됩니다. ‘무엇이 최선일까?’이 이야기는, 방문진료를 하는 재택의료센터 얘기입니다. 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분들을 집으로 방문하여 만나다보니 여러 가지 안타까운 상황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물론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분들만 방문진료를
지난 시간 우리 스스로가 번아웃 상태에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고 잠깐 멈춰서야 할 때를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취해져야 할 조치는 건강한 직무 구조와 조직 문화를 갖추는 것입니다. 번아웃 진단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척도(Maslach Burn-out Inventory, MBI)를 만든 크리스티나 매슬랙은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직무영역에서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적절한 업무량, 자율성과 권한, 보수와 인정, 조직 분위기와 동료애, 투명성과 공평함, 일의 가치와 의미 부여-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이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거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몰려왔거나 오랜 시간 계속될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스트레스는 “적응하여야 할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 그리고 이에 적응하면서 느끼는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으로 정의됩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외부로부터 시작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정의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스트레스에는 ‘외부의 자극’과 이에 대한 신체의 항상성을 지키려는 ‘내
정신과 진료를 하다보면 노인 분들의 경우 만성질환으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를 보게 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28%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집니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많이 가진다는 말은 필요한 약의 개수가 늘어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모든 약은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약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부작용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약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상호작용은 특정 약물의 체내 용량을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다른 병원에서 제가 무슨 약 처방받고 있는지 보실 수 있죠? 무슨 약 먹는지 거기 다 나오죠?” 오우, 노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방받고 있는 약은 절대 알 수 없어요. 그건 너무 너무 중요한 개인정보로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함부로 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치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어보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OO 고지혈증약을 드시고 계시네요?”내가 그 약을 먹고 있는 지 어떻게 아는 거지? 내가 먹는 약을 볼 수 없다면서?
“좋은 습관으로 건강한 잠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이 불면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더욱 중요한 치료 원칙들이 된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불면증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관건은 좋은 잠을 자기 위한 습관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데에 있습니다.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잠이 들고 나서 자주 깨는 경우, 너무 일찍 깨서 잠의 양이 부족해지는 것 모두가 불면 증상입니다. 이로 인해서
Q1. 추혜인 원장님! 저는 찬 바람 불면 감기를 달고 사는데요, 겨울철 호흡기 건강을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한국의 겨울은 춥고 건조하죠. 게다가 지리적으로 대륙의 동편에, 그것도 편서풍대에 위치하고 있어, 유라시아 대륙의 온갖 먼지와 대기 오염물질이 겨울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면역력이 가장 낮아지는 때는 매서운 한겨울이 아니라 초겨울과 초봄입니다. 기온이 내려가고 있을 때, 올라오고 있을 때가 가장 체력을 보존하기 쉽지 않은 때이지요. 호흡기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시기입니다.겨울철 호흡기 건강
‘다감하다’ 학부생 때 배웠던 소아치과학 책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단어입니다. ‘다운증후군 어린이들은 다감하여 소아치과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행동조절을 하면 된다’ 는 구절에 나오는 ‘다감’입니다. ----------------------------------------------------------------------------- 2022년 8월 6일 토요일 살림치과 일기 ‘이노무 직장! 그냥 확! 마!’ 모든 직장인들의 가슴 속에 하루에도 몇 번씩 치솟는 불기둥! 오늘 그 불기둥을 끄다 못해 가연성 조각들이 사르르 녹여준
여행을 떠나보신 적이 있나요?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무엇을 챙기게 되나요? 일단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관광이 목적인지, 쉼이 목적인지, 현지인과의 만남이 목적인지 말이지요. 여행의 기간도 따져볼 것입니다. 당일치기가 좋을지, 3박 4일이 좋을지, 아니면 내친김에 한 달 동안 지낼지. 여행의 경로도 구상해볼 것이고요.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입니다. 단 며칠 동안 떠나는 여행도 이렇게 생각할 것들이 많네요. 그렇다면 보통 몇 달 이상의 기간을 할애하여 받게 되는 정신과 치료는 어떠해야 할까요?뇌에 대한 이해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은 다양한 이유로 찾아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오셨든 결국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건강관리 하셔야죠. 운동 꾸준히 하시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줄이시고, 몸무게 늘지 않도록 하시고요.” 이제는 이 말이 “안녕하세요” 수준으로 제 입에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 ‘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려고 해요. Sitting too much kills ; 오래 앉아있으면 죽는다고?10년 전, 『오래 앉아 있으면, 운동해도 당뇨·심장병 위험 크다』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학병원 인턴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수련을 들어가기 전 1년을 쉬면서 요양병원 당직의사를 하면서 몇 달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야간 당직을 시작하던 날,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차트를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병력을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크게는 척추 골절, 고관절 골절 등 크고 작은 골절 과거력을 가지고 있거나 현재 골절 상태로 입원해서 치료받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임상의사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아 그 환자들의 골절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해제됨에 따라 이제 우리의 일상도 서서히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활양식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우리의 수면과 관련된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불면증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고합니다. 이는 실제로 잠자는 시간이 뒤로 늦춰지거나 낮과 밤이 뒤바뀌어 버리는 것을 겪었던 많은 분들이 경험적으로도 공감하리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불면증의 증가는 먼저 코로나로 인한
잇몸병이 심한 환자에게 발치하는 것이 덜 고생스럽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빼는 것이 더 낫다”라고 환자에게 권한 적이 있습니다. 보험 임플란트가 가능한 연령이어서 더 쉽게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잇몸병에 대해 진작 몰랐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치료해서 쓸 때까지 써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잇몸치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져, 환자와 잇몸병의 원리나 예방법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기간 동안 관리 능력도 향상되셔서 3~4개월에 한 번씩 유지관리하기로 약속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4
갑자기 나타나는 가려움, 피부가 붉게 여기저기 부어오르고 눈 주변이나 얼굴이 붓기도(맥관부종) 합니다. 우리는 이걸 두드러기라고 하지요. 두드러기의 원인은 사실 찾기 힘듭니다. 음식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운동이나 감정변화, 압박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따져도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50%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여러 가지 요인이 합해져서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아서 그렇습니다. 가령 지금까지 평생 새우를 맛있게 아무 문제없이 잘 먹어왔는데, 오늘 저녁에 먹은 칠리새우 요리가